서울 동작구의 A정비사업장의 조합은 최근 시공사와 내장재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내장재에서 수입산은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낮출 수 있는 곳에서는 낮추자는 전략이다. 이 조합이 원하는 공사비는 3.3㎡당 700만원 초중반대이다. A사업장의 조합장은 “공사비가 너무 올라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내장재는 개인의 선택에 맞기되 외장·커뮤니티는 고급화를 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무조건 ‘고급화’를 외치던 정비업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공사비 다이어트’에 집중하는 조합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수입산보다는 국내산을 선호하거나, 특화설계·무료옵션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 조합들은 신축임에도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의 모습./뉴스1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정비사업장의 평균 공사비가 3.3㎡당 800만원을 넘어서면서 일부 조합들은 공사비를 절감하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기본적인 자재는 모두 국산으로 하고, 부엌 선반, 방문, 화장실 자재 등을 등급화 해 조합원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광진구의 B정비사업장 조합장은 “조합 내부에서는 우스개소리로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면서 “조합원들도 추가분담금에 민감해 최대한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했다.

조합들이 이처럼 변화한 데는 공사비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전국 정비사업장 중 공사비가 공개된 65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장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842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인 2020년의 528만7000원 대비 60% 가까이 오른 것이다.

C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분담금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 마감재를 바꾸거나, 기본인 부분을 옵션으로 변경해 조합 전체가 아니라 각 조합원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만 모든 사업장의 분위기가 이처럼 변한 것은 아니다. 분담금이 들더라도 고급스럽게 짓자는 곳도 여전히 있다. 강남권과 용산, 마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장 공사비가 비쌌던 곳은 마포구에 위치한 마포로1구역제10지구으로 3.3㎡당 공사비가 1050만원이다. 용산구 남영2구역이 1048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강남권에서 활발하게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반포에서는 대부분의 아파트의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정비사업 예정 공사비를 3.3㎡당 990만원으로 책정해 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삼호가든5차 재건축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가 뛰어들었고, 삼성물산이 우선협상대상시공자로 선정됐다. 이외에 신반포4차아파트도 950만원, 신반포2차도 95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공사비 절감에 나선 조합들은 최근 신축 입주자들이 거액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입주를 하면서 기본 천장을 우물형 천장으로 높이를 높이거나, 수입산 대리석으로 부엌 조리대 상판을 교체하고 벽을 전면 대리석으로 바꾸는 등 큰 돈을 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입주 사전점검 기간에 ‘보여주는 집’이 대거 늘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테리어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3.3㎡당 인테리어 공사비는 1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고급 자재를 사용할 경우 300만원까지 올랐다. 전용 84㎡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공사할 경우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이 든다는 것이다.

D정비사업장 추진위원장은 “최근에 복비, 이사비 등 집을 옮기는 데 따르는 비용도 크게 올라 이왕 오래 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꿔 입주하자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를 고려했을 때 굳이 내부 자재를 고급화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