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들이 지난해 건설 자재비, 인건비 상승으로 매출액 대비 원가율(매출 원가율)이 평균 93%대를 넘어서면서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000억원짜리 공사를 하기 위해 930억원 이상의 비용을 썼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을 제외한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9개 건설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원가율은 평균 약 9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2.8%에 비하면 0.4%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매출 원가율은 100%를 기준으로 높아질수록 매출보다 공사에 들인 돈이 더 많아지면서 수익이 줄어든 것을 뜻한다.

매출 원가에는 건설 공사를 하는 데 필요한 자재 구입비, 직원들의 급여뿐 아니라 설계나 감리를 위한 사업 경비, 토지 매입이 필요할 경우 토지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용지비, 하자보수비, 공사손실충당금 등이 들어간다.

그래픽=정서희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매출 원가율 100%를 나란히 뛰어넘으며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5.4%로 1년 전보다 10.3%p, 현대건설은 100.7%로 6.4%p 각각 오르면서 밑지는 장사를 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 중인 해외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비용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인도네시아 발리파판 현장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발주처와의 협상이 불발되고 현지 파트너사와의 원가 납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컸다. 현대건설도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덩달아 원가율이 상승했다.

3위는 포스코이앤씨, 4위는 롯데건설로 90%대 중반의 매출 원가율을 보였다. 포스코이앤씨는 94.2%로 2023년 대비 0.3%p 낮아진 반면, 롯데건설은 1.9%p 오른 93.5%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GS건설이 91.3%로 6.7%p 개선된 매출 원가율을 보였다. 대우건설(91.2%), HDC현대산업개발(90.6%), SK에코플랜트(90.0%)가 뒤를 이었다.

9위에 오른 DL이앤씨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한 80%대 매출 원가율을 기록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9.8%로 전년 대비 매출 원가율을 0.4%p 낮췄다. 이는 주택사업에서 저수익 현장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뛰어난 플랜트사업 매출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안정적 경영을 위한 매출 원가율의 적정 수준은 80%대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10대 건설사들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3년 연속 상승세다. 2019~2021년만해도 80%대를 유지하던 매출 원가율은 2022년부터 90%대로 상승한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89.0% ▲2020년 88.3% ▲2021년 87.2% ▲2022년 90.4% ▲2023년 92.8%다.

건설 원가율이 오르는 이유는 2020~2021년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가 단기간 빠르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에서 올해 2월 131.04로 30% 이상 올라갔다.

지난해부터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올해는 일부 숨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분양 물량을 줄이면서 매출액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 자재 조달 비용이 줄면서 매출 원가율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착공 감소에 따른 건자재 수요 감소가 결국 건자재 가격의 하락과 외주비 하락을 견인하며 건설 현장의 사업 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공사비를 안정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는 점도 건설사들의 원가율 개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월 민간사업이나 민관 합동 공사 비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에는 민간 건설공사 도급계약시 공사기간 연장사유에 시공사 귀책이 없는 문화재 조사, 오염토 발견 등 추가, 물가변동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자재의 가격 기준을 공사비의 1% 초과에서 0.5% 초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안도 행정 예고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택 부문 공사비 상승 요인이였던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됐다”며 “신규 건설 계약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율 상승 우려가 적어진 데다 정부가 내놓은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향후 건설사들의 주택부문 원가율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