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이 확정되면서 세종시 아파트의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주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세종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세종시 아파트의 부동산 매물(매매, 전월세)은 9% 넘게 줄어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1만181건이던 매물이 9249건(-9.2%)으로 줄었다. 경기 포천시(-7.3%), 경기 연천군(-6.0%), 서울 강동구(-5.2%) 등도 매물이 감소했지만 10% 가까이 매물이 사라진 곳은 세종시뿐이다.
세종시의 아파트 매물을 법정동과 읍면별로 보면 세종시 연동면이 18.8% 감소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다정동(-17.5%), 종촌동(16.5%), 도담동(15.7%), 새롬동(11.1%) 등도 십여 일 만에 10% 넘게 매물이 사라졌다.
세종시는 전달인 3월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지역이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따르면 3월 세종시 거래량은 687건으로 1월(266건)보다 2.6배 늘었다. 전국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었던 곳이다. 거래 총액도 3510억원으로 1월보다 2.8배 늘었다.
지난달 3일에는 나성동 ‘나릿재마을2단지세종리더스포레’(전용면적 84㎡)가 11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3월 9일에는 도담동 ‘도렘마을17단지’(전용면적 99㎡·4층)도 5억44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세종시의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것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2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분원)은 조성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대통령실과 국회 본청 등을 포함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주식시장의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현상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시기가 되면 정부 부처나 대통령실, 공공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면서 집값이 들썩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선거철 세종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단기 유행하는 정치 테마주와 같은 현상”이라면서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세종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새로운 택지지구라면 몰라도 이미 대부분 아파트가 10년 이상 된 곳들이라 신축의 장점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종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부침이 심한 곳”이라며 “다만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일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있어 향후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 주요 도시들의 집값이 조금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