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관세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고환율’에 안착하면서 수입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 집 마련’ 수요층은 대출금리 하락추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인 11일 원·달러 환율은 6.5원 내린 1449.9원에 마감했다. 하루 전인 10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27.7원 오른 1456.4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9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9년 3월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인 1484.1원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환전소 전광판에 외화당 팔 때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널뛰기를 하는 이유는 미·중간의 ‘무역전쟁’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 보복 관세조치를 주고 받은 끝에 지난 9일(현지시각) 대중 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관세 10%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맞서 대미 관세를 125%까지 올리고 위안화를 절하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고환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당분간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지난 9일의 원·달러 환율을 고점으로 본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썬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다만 미·중간 갈등이 끝난 게 아니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 정책을 편다면 원화가 연동될 수 있어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건설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서면서 공사비가 추가 상승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자재의 상당 부분이 수입 자재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로, 산업 전체 평균(10.7%)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건설 이외 다른 산업의 비용이 올라가면 이로 인한 2차 영향이 큰 편이다. 특히 철근, 봉강 등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철근·봉강의 연간 수입 의존도는 15%로, 규모는 9000억원 수준이다. 이어 석제품의 수입액이 5500억원(수입의존도 31.2%)로 높았으며 합판이 5300억원(39.6%)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원·달러 환율 고환율을 나타내면서 현재는 불확실성이 좀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환율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 두 번 돌다보면 결국 건설업에도 그 비용이 유입된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대출금리를 주시하고 있다. 당장 환율이 고점을 찍었던 9일까지만 해도 오는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경기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이는 원화 약세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되찾자 시장의 분위기가 또 달라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25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2월 금리인하를 포함해 2~3회 정도 낮추는 것이 시장에서 생각하는 가정인 것 같은데, 그 가능성은 한은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도 현재는 명분 때문에 강하게 되받아치고 있지만, 결국 실리를 취할 수밖에 없어 협상 국면이 진행될 걸로 본다”면서 “이런 상황이면 한은 금통위가 이달을 포함해 한 두 번 정도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내림세다. 지난 9일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5년 주기형 최저금리는 3.345~3.78% 수준이다. 올해 초 최저 금리(3.7%대)를 넘어 3% 초·중반대로 내려온 것이다. 주담대 5년 주기형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하락하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연초 연 3% 안팎으로 움직이다 이달 7일 2.797%로 2022년 3월 21일(2.785%)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지난 7일 연 3.8%대까지 떨어져서다. 다만 9일 미·중간 관세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채 10년 물은 연 4.5%대까지 급등했다. 이는 미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는 의미다. 과도한 관세 부과로 미국 경기가 침체될 경우 미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국채를 사줄 수요가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은행의 대출금리는 미 국채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미 국채금리의 하락세가 대출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요인이나 불확실성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