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급 과잉으로 시름을 앓는 상가 공급량을 조절하고 소규모 건축물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다. 서울 상업지역 안에 주상복합건물에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시설을 더 지을 수 있게 하고, 제2·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용적률을 3년간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3월 3일 대학가 개강을 앞둔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의 한 상가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11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김길영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앞서 서울시가 올해 1월 발표한 ‘상업·준주거지역 내 비주거시설 비율 폐지 및 완화’ 방안과 발맞춘 법안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6일 준주거지역 내 비주거시설 용적률(10% 이상) 규제를 폐지하기 위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수립 기준’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서울 상업지역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때 비주거시설 의무 조성 비율을 전체 연면적의 20%에서 10%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전체 연면적의 최소 20% 이상을 상가나 업무시설 같은 비주거시설로 채워야 했다. 비주거 비율이 절반으로 낮아지면 상업지역 안에서도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시설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된다. 이 조례는 공포한 날 즉시 시행된다.

제2종 및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줄어들고 있는 소규모 주거용 건물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을 완화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제2종 및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건축물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최대 용적률 한도까지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 규정은 오는 2028년 5월 18일까지 건축신고를 포함한 건축허가,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까지 적용된다.

서울시, 서울시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일 입법예고를 마쳤다.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서울시로 이송된 날로부터 20일 뒤에 공포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6월 개정안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국 상가 시장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 침체와 함께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 330㎡ 이하)의 공실률은 6.53%에서 4분기 6.74%로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1분기(5.6%)와 비교하면 1%포인트(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국 중대형 상가 역시 공실률이 3분기 12.73%에서 4분기 13.03%로 0.3%p 올라갔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꽉 막혀있던 건설 시장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과거에는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리며 높은 수익을 자랑하던 주요 상권들도 공급 과잉, 내수 소비 부진, 자영업자의 줄도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공실이 늘고 있다”며 “서울시의 이번 도시계획 규제 완화는 건설 경기 침체라는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도시 재편과 공간 전략의 변화를 상징하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 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의 경계를 재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