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전자상가. 월요일 낮인 것을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한산했다. 바로 옆 상가도 복도 한쪽 면에 노트북을 보러온 모녀를 제외하면 물건을 옮기는 직원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건이 가득 쌓여있었지만 문을 닫은 가게도 종종 보였다.
서울 동대문구 한 대형복합쇼핑몰은 1층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있었지만. 2, 3층은 한산했고 곳곳에 공실이 보였다. 영업시간임에도 사장이 자리를 비운 가게가 다수 있었다.
의류 상권이 몰린 서울 동대문 상권과 전자상가가 몰린 용산 상권이 공실 회복을 못 하고 있다. 두 업종 모두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브랜드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소규모 상가 매출이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포함한 용산역 주변 집합상가 공실률은 37.6%였다. 상가 3곳 중 1곳 이상은 비어있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는 한때 PC,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메카로 불리던 곳이다. 그러나 상권 노후화와 PC 수요 정체, 온라인 거래 비중이 늘면서 상권이 침체된 상태다. 전자상가 A컴퓨터 매장 관계자는 “PC 구매 수요도 크게 줄었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며 “그나마 노트북 등 수리 수요가 간혹 있고 조립식 PC 판매로 가게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용산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던 나진상가가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나진상가에서 전자상가를 운영하던 인구가 인근 상가로 퍼져 공실이 예상보다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한 전자상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나진상가 인구가 이동하면서 전자상가 내 공실이 많지는 않다”며 “나진상가 재개발 이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워낙 업황이 좋지 않아 월세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부쩍 늘었다”며 “용산은 원래도 임대료가 낮은데 그 임대료도 부담이 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는 분들이 많다. 이미 임대료가 낮아 대폭 조정도 어려워 월 5만원 정도씩 낮추는 상황”이라고 했다.
동대문 의류상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요로 일부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끊기면서 공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동대문 상권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87%로 서울 평균인 8.85%를 크게 웃돈다. 집합상가 공실률 역시 11.9%로 서울 평균(9.08%)을 넘어선지 오래다.
실제로 대형복합쇼핑몰 내부 뿐 아니라 인근 거리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카페도 일부 한국인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동대문 인근 상가는 대형복합쇼핑몰이 몰려 과거 ‘패션 1번지’로 불렸던 곳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과 의류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다 지난해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 이후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대형복합쇼핑몰 B여성복 전문점 관계자는 “여기서 20년을 장사했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 지난해 계엄 사태 이후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오지 않는다”며 “임대료,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수익이 마이너스다. 주변에도 가게에 연락처만 붙여두고 출근하지 않는 곳도 많고, 고민하다 장사를 그만두는 사장들도 많다”고 했다.
대형복합쇼핑몰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APM,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등 대형복합쇼핑몰 전체적으로 공실이 약 30%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늘었을 것”이라며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 임대료를 낮춰도 수요가 많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업종의 트렌드가 변하면서 연쇄적인 붕괴가 일어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의류, 전자제품은 온라인 판매에 특화된 물품이고, 용산, 동대문처럼 특정 상품에 특화된 상권은 붕괴가 시작되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붕괴 속도가 더 빠르다”며 “콘텐츠를 잃었다면 재개발을 통해 상권 전체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용산 전자상가는 임대료가 굉장히 저렴하고, 동대문 의류상가도 인근 종로구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며 “그럼에도 테마상권 특성상 테마로 하고 있는 제품의 소비가 상권 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임대 수요를 유인하기 어렵다. 특히 대형복합쇼핑몰이나 상가 거리 등은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