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재건축 사업을 끝낸 후에도 청산하지 않은 조합을 대상으로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청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해당 조합은 서울 강남 지역에 삼성물산이 시공해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입주까지 끝냈지만, 아직 청산하지 않았다. 지난 2023년에 청산의 전 단계인 해산총회를 개최해 해산됐지만, 내부 갈등으로 아직 청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치구에서 특정 조합의 청산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은 준공과 입주 후 보통 해산과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일부 조합은 입주 후에도 수년 동안 계속 유지되는 곳도 있다. 소송 등이 제기됐거나 채권‧채무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조합 사무실을 유지하고 조합장 등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재건축 사업이 끝난 후에도 청산하지 않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160곳이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구내 13곳의 미해산‧청산 조합에 대해 ‘관심’ ‘주의’ ‘심각’ 등 3단계로 나눠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심각 단계로 분류된 조합은 업무수행이 어렵거나 법령의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계속 조합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서초구의 미청산 조합을 기간별로 보면 입주 후 1년 이내 청산하지 않은 조합은 2곳이다. 또 ▲1~3년 5개 ▲3~5년 4개 ▲5~10년 2개소가 아직 청산되지 않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현재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1개 조합에 대해 직접 현장에서 청산 자문위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서초구가 직접 조합을 없애려는 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강남역 인근 단지다. 삼성물산이 재건축을 시공해 2018년 분양, 2020년 준공‧입주가 끝났다. 조합은 2023년 5월 해산 총회를 개최해 해산을 결의했고, 현재는 다음 단계인 청산위원회가 설치됐다. 청산위원장과 청산위원들 간의 갈등으로 조합이 유지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조합 해산에 관한 여론이 강한 곳이라 직접 구 차원에서 조합을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치구에서 조합 청산 업무까지 나선 이유는 많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정비사업이 끝나도 해산, 청산하지 않는 조합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중 정비 사업이 끝나도 해산, 청산하지 않은 조합은 160곳(미해산 18개‧미청산 142개)이다.
서울 강동구의 B조합은 2018년 입주가 끝났지만, 현재도 조합사무실을 운영하고 월 500만원 가량의 조합장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시공사인 삼성물산 등과 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를 이유로 조합이 청산하지 않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다수의 정비사업 조합이 채권, 채무 관계를 다 정리하지 못하고 소송이 제기되는 등의 이유로 청산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 관계자들이 조합을 빨리 없애야 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송이 제기되거나 상가 미분양으로 정산금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수년 이상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급여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재형 서초구의회 의원은 “장기간 청산 안 된 조합의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조합을 빠르게 청산할 수 있도록 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