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준공을 앞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무더기 미분양이 발생하자 카드사를 동원해 고객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분양 홍보전에 나섰다. 견본주택을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코스트코 1년 회원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강남 4구 중 마지막 비규제지역”, “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최대 수혜”, “서울 한강 시티뷰 아파트 분양 기회” 등의 문구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최고 분양가가 20억원에 가까운 후분양 아파트인데 다음 달 중순 준공, 4월 입주를 앞둔 단지다. 서울지하철 5호선 천호역과 가깝고 한강을 일부 조망할 수 있지만 인근 대단지 아파트들보다 시세가 비싸다.

삼성카드 고객에게 발송된 서울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리버파크' 분양 광고 / 사진 = 독자 제공

2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성내동 15번지 일대(대지면적 6411.5㎡)에 조성 중인 ‘그란츠 리버파크’는 27일 삼성카드 고객들에게 분양 홍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단지는 지하 7층~지상 42층 규모로 조성하는 총 407가구 아파트로 일반분양은 327가구다. 지난달과 지난 24~25일 2차례에 걸쳐 무순위청약과 임의공급을 했지만 현재 21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분양가를 보면 전용 84㎡형 기준 저층부인 7~9층은 17억2500만원이며 로열층인 15~29층은 19억4900만원이다. 시행사는 DH프라퍼티원, 시공사는 DL이앤씨(375500)다. DH프라퍼티원은 강남구 청담동 옛 SM엔터테인먼트 사옥 부지에 짓는 최고급 공동주택 ‘워너청담’의 시행사다. 국내 최초로 거실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스카이 가라지(Sky Garage)를 도입한 곳으로 빅뱅 지드래곤(권지용)이 13층을 분양받은 곳이다.

분양 홍보를 맡은 삼성카드는 문자메시지에서 “중도금 부적격 세대분 선착순 계약 진행”이라며 “1차 계약금 2000만원으로 59㎡/84㎡ 크기 서울 한강 시티뷰 아파트 분양 기회”라고 했다. 또 “실거주 의무 없음, 초역세권 2,5호선 지하철 연결단지, 강남4구 중 마지막 비규제지역, 청약통장 무관, 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최대 수혜” 등의 문구도 포함했다.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 가든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견본주택을 방문해 상담받으면 선착순으로 코스트코 1년 회원권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제공한다는 이벤트도 내걸었다.

이 단지가 카드사 고객에게까지 단체 문자를 발송하며 홍보에 나선 것은 미분양 물량이 남았기 때문이다. 327가구 중 21가구가 미분양돼 미분양 비율은 6.4%다. 한 관계자는 “3월 중순 준공이 이뤄지고 4월 입주가 예정돼 있는데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은 상태”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이 단지는 시행사가 청담동 등에서 활용했던 고급화 전략을 성내동에서도 이어갔다. 강동구의 첫 하이엔드 아파트를 표방하며 루프탑 가든 등 고급 시설을 만들었다. 또 후분양을 선택해 선분양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후분양은 주택 건설 공정률 60% 이상을 넘은 후 분양하는 경우를 말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에서 제외돼 선분양보다 더 높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분양 당시 주변 아파트 시세(14억~15억원)보다 분양가가 3억~4억원이 높았고, 지금도 인근 단지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은 상태다. 인근 3개 동 999가구 규모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97㎡가 지난 15일 14억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그란츠리버파크 로열층 분양가보다 5억4400만원 낮은 가격이다.

한편, 강동구는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곳이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633가구(2024년 12월 말 기준) 중 279가구가 이곳에 몰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