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298040) 건설 부문의 올해 연간 이익이 500억원 가량 감소한다. 효성중공업 건설 부분이 지정한 날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비용을 보상하는 ‘책임준공’ 확약으로 2000억원 가까운 채무를 인수했거나 곧 인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효성중공업의 책임준공 약정은 37건(정비사업 10건‧기타사업 27건), 약정금액은 약 6조3000억원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효성중공업의 주가는 하루 만에 7% 넘게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시공하며 책임준공을 확약한 것이 부실화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손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효성그룹 건설 부문도 책임준공 리스크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 효성중공업 등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이 채무를 인수하거나 인수할 예정인 PF 사업장은 모두 3곳이다.
지난 20일 주식회사 온천동디에이가 시행하는 부산 온천동 주상복합 사업 PF 대출원리금을 조기 대위변제(채무 인수금액 1038억원)하기로 공시했다. 이는 효성중공업 자기자본(1조2241억6000만원)의 8.48%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 2022년 6월 수주한 사업장으로 책임준공 기한은 2026년이지만 미리 채무를 인수해 사업 시행권을 가져왔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2026년 책임준공 시기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없고 이자 비용만 늘고 있어 빚을 미리 갚아주고 시행권을 가져온 것”이라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자체 사업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효성중공업은 한영아이앤피가 시행하던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 사업의 채무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436억원(자기자본의 3.56%)이다. 이 사업장은 책임준공 기한(2025년 1월 2일)이 다가오면서 채무를 인수하게 됐다. 온천동과 신천동의 채무 인수액을 합치면 1474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 중 500억원 규모의 PF 사업장 채무인수가 추가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3건을 합쳐 2000억원 안팎의 채무 인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시장에선 효성중공업의 연간 이익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건의 채무 인수에 따른 영업외손실 추산액은 500억원 정도인데 올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3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스티븐 추이(Stephen Tsui) 등 연구원을 통해 효성중공업의 책임준공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실적 하향 리스크를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JP모건은 “효성중공업이 건설 부채(construction debt) 약 1470억원 인수를 발표했으며 이는 전체 부채의 11%에 해당해 3분기 순차입금 비율은 87%에서 9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또 “만약 회사가 5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의 주당순이익(EPS)이 약 26%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효성중공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이날 효성중공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42%(3만1500원) 급락한 39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40만원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도 전날보다 2937억2326만2000원 줄어든 3조6645억4736만4000원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간 실적에 영업외 손실 500억원이 반영되는 것외에 추가로 얼마나 더 책임준공 관련 채무 인수가 이뤄지고 손실 규모가 확대될지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책임준공 관련 부실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3분기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한 PF대출 규모는 68조567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955억원 늘었다. 지난 2월 금호건설(002990)(수원시 오피스텔 신축사업‧612억원), 4월 GS건설(006360)(부산 지사글로벌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1312억원) 등 주요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의무에 따라 채무를 인수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업계 7위인 무궁화신탁(수탁고 44조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을 확장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지속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