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그룹 계열 건설사인 진흥기업(002780)이 9월부터 현재까지 6600억원 넘는 수주를 받았다. 3개월 동안 수주한 공사액은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전체 수주 잔액의 25%를 넘는다. 진흥기업은 지난해 4000억원을 수주했고 올해는 1조원 이상의 수주 목표를 세운 상태다. 내부에선 올해 목표인 1조원 수주가 연말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진흥기업은 최대주주인 효성중공업(298040)이 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고, 올해 3분기 말(9월말)까지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어서 올해 이뤄낸 수주가 향후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로 인해 주가(기업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낮아졌다. 진흥기업의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41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올라섰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6개 사업을 수주했다. 총수주 규모는 6654억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해 말 진흥기업의 수주 계약 잔액(2조5958억8400만원)의 25.6%다.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은 지난 9월 30일 수주한 대전 유천동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다. 대전시 중구 유천동 276-1번지 일원에 아파트 1595세대와 근린생활시설, 부대 복리시설을 건설하는 1920억원 규모의 공사다.

총사업비 3조8300억원 규모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GTX-C)의 일부도 수주에 성공했다. 진흥기업은 GTX-C 노선 중 경기도 양주시와 경기도 수원시 일대에 86.46㎞ 복선전철과 정거장 14개소, 차량기지 1개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수주 규모는 1916억원(지분율 5%)이다.

지난달 27일 수주한 경남 김해와 산청 아파트 건설 공사도 1000억원이 넘는 공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계약을 체결했고 진흥기업은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와 산청군 산청읍 산청리 일원에 아파트 756가구를 짓는다.

진흥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수주 계약 잔액은 2조5958억8400만원이다. 최근 3개월간 수주한 공사 금액은 이의 25.6%다. 지난해 말까지 수주한 후 남아있던 공사액의 4분의 1가량을 최근 3개월 동안 수주한 셈이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시공권을 포함한 전체 수주액이 4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목표액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년 진흥기업의 수주 목표액은 1조1000억원이다.

그래픽=정서희

진흥기업은 효성그룹의 효성중공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효성중공업의 지분율은 48.19%(7066만1330주)다. 시장에선 효성그룹이 진흥기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효성그룹은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결정된 게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효성그룹이 진흥기업을 매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인식이 많다. 건설업황이 부진해 원매자를 찾기 어렵고 진흥기업의 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까지 겹친 상황이라 꼭 매각한다면 헐값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흥기업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기준 120억1788만원의 영업손실을, 85억1807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413억6721만원의 영업이익, 347억5382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도 올해 들어서 30% 넘게 빠졌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8일 1152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3일 종가는 772원을 기록했다. 하락률은 32.9%(380원)다. 지난 10월 25일에는 52주 신저가인 72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황 악화로 좋은 가격을 받고 매각하기 어렵고 효성그룹이 그룹 자체의 건설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도 그룹 내 건설사를 팔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선 진흥기업이 두산건설처럼 사모펀드에 매각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건설은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에 2021년말 지분 52%를 인수당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우발채무 등 진행 중인 사업의 위험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사모펀드에서 인수하기가 어렵고 보통은 업계의 다른 건설사들이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