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한 때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 선호받았지만, 최근에는 추가 분담금 공포에 최고가 대비 호가가 반토막 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 월계 시영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의 전용 51㎡ 호가가 최근 6억19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6억원대 중반에서 7억원까지도 거래된 바 있다.

미성·미륭·삼호3차가 한 단지를 이룬다 해서 ‘미미삼’이라 불리는 월계 시영은 1986~1987년에 걸쳐 완공된 총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강북 대표 재건축 단지인 마포구 성산시영(3710가구)보다도 규모가 커 강북권 최대 재건축 대단지로 꼽힌다.

이 단지들은 전용면적 33~59㎡ 소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대지지분도 15평 이상으로 넓은 편이어서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9월에는 전용면적 51㎡이 9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최근 호가는 당시와 비교했을 때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노원구 재건축 단지들의 고전은 ‘미미삼’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전용 31㎡ 단일 주택형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실거래가가 반토막이 났다. 지난 2일 4억6000만원에 팔렸는데, 2021년 8월엔 8억원까지 실거래된 바 있는 단지다.

이처럼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재건축 분담금 때문이다. 상계주공 5단지의 경우 재건축 후 전용 84㎡에 들어가기 위해 가구당 5억원씩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일대의 상계주공 10단지 등 다른 재건축 단지들 역시 10평 초반대를 기준으로 4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원구는 신생아특례대출이 적용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90%가 넘고 한때는 2030 ‘영끌족’들이 가장 많이 몰렸던 지역이다. 하지만 분담금 부담감과 부동산 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하락 거래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와 공사비로 인해 생긴 분담금 공포에 서울의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떨고 있긴 마찬가지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7단지 전용 66㎡은 지난 1월 17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2월에 18억3500만원 거래에서 1억원 이상 떨어졌다.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역시 작년 9월 21억원에 거래된 전용 84㎡가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건축비가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재건축 분담금에 따른 공포가 거래량과 가격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분양가도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라 내집 마련이 목표라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