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기업의 필수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각 건설사가 데이터센터관련 수주전에 적극이다. 시공 외에도 개발, 운영까지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새 먹거리 선점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는 주택 부문에 집중됐던 건설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 영역을 데이터센터로 확장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각종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시설이다. 안정적 전력공급과 통신연결, 냉각설비, 보안시스템이 요구돼 일반 건축공사와 비교해 진입장벽이 높다. 시공경험을 갖춘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 경쟁이 치열한 배경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가 2021년 약 5조원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5.9%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S건설은 지난달 안양시 동안구에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했다. 에포크 안양 센터는 GS건설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디벨로퍼로서 데이터센터 투자부터 개발·운영까지 모두 참여한 사업이다. 해당 센터는 지하 3층~지상 9층, 총 40㎿ 용량 규모 시설로 약 10만대 이상 서버를 갖췄다.
GS건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하나금융그룹 IDC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10건의 데이터센터를 시공했다. 고양시에도 추가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DL그룹의 대림은 지난달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 착공에 나섰다.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대림이 기획부터 부지선정 및 매입, 인허가, 자금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2025년 준공 및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대림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단순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플랫폼기업 디지털엣지와 함께 인천 부평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0㎿ 규모의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올해 준공 및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한화 건설부문도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디벨로퍼 방식의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인천 가좌 데이터센터’, ‘고양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를 공사하고 있다. ‘창원 IDC 클러스터’는 창원시 등과 함께 디벨로퍼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곳은 서버 10만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인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 시공을 넘어 운영까지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물산은 이번 기술 확보를 통해 설계에서 시공, 장비 공급, 핵심 인프라까지 데이터센터 일괄 구축이 가능해졌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말 이지스자산운용이 발주한 하남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삼성SDS 데이터센터 4곳을 시공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시공만 해주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건설사가 디벨로퍼로서 직접 데이터센터를 소유하고 운영해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AI, 클라우드 등 데이터센터 중요성과 수요 확대와 맞물려 건설사 역할이 넓어진 것으로,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도 데이터센터 사업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IT조선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