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학대, 가정해체 등으로 갈 곳이 없어진 ‘가정 밖 청소년’이 정부로부터 보증금 없는 전세임대주택을 지원받게 됐다. 정부는 내달 말부터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소년, 보호종료아동에게 전세임대주택을 22세까지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계약을 재연장할 경우 최대 28세까지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그간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을 대거 확대한 조치다.
31일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28일부터 소년소녀가정 지침 지원대상자에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소년이 포함된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청소년복지지원법’ 상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나 자립하는 보호종료아동에 소년소녀가정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해왔는데, 그 대상을 청소년복지시설로도 확대한 것이다.
‘청소년기본법’ 상 청소년복지시설에는 쉼터와 자립지원관, 회복지원시설 등이 있다. 부모가 있음에도 보호자의 역할 부재로 인해 경제적 자립이 절실한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청소년 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호시설이다. 자립지원관은 각종 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주며, 회복지원시설은 ‘소년법’ 상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보호하며 상담·학업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이번 방침은 여가부가 건의해, 국토부의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주택 지원 업무처리지침 일부 개정으로 시행하게 됐다. 여가부는 올해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지원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복지시설 입·퇴소 청소년에 대한 지원내용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번 방침을 통해 주거지원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소년 기본법에 명시된 복지시설 전반으로 전세임대주택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주거가 불안한 아동·청소년의 주거안정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은 일반 청년전세임대와는 달리 보증금이 없고, 보증금의 연 1~2% 수준의 이자만 부담해 지원대상 청소년·아동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간 청소년 쉼터 퇴소자의 경우 전세·매입임대주택의 지원대상에는 포함돼 왔지만,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 대상에서는 빠져 있었다.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소년은 ‘보호종료아동’보다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소 청소년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37.2%로 보호종료아동의 60.5%보다 훨씬 낮았다. 주거 보증금도 쉼터 퇴소 청소년이 평균 1733만원으로, 보호종료아동(3040만원)보다 낮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이 홀로서기를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주거 안정”이라면서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의 경우 보증금을 아낄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그간 20세까지였던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 무상지원 기간을 22세로 늘렸다. 거주 청소년은 무상지원 기간동안에는 보증금의 1~2% 수준의 이자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목돈을 모을 기간을 늘려 자립에 도움이 되도록하겠다는 취지다. 또 지원대상자의 연령이 20세를 초과한 경우에는 지원기한연장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여 필요한 경우 2년 단위로 최대 3회까지 연장하여 재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지원대상자는 최대 28세까지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