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시행사인 MDM그룹이 추진한 사업장 곳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분양에 미입주 문제까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분양을 시작한 경기 파주 와동동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이 여전히 분양에 고전을 겪고 있다. 한 차례 분양가를 내렸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2개 단지, 총 664실로 구성된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의 첫 청약 당시 계약률은 저조한 편이었다. 전매가 불가능했던 1단지의 경우 561호실에 청약은 176건으로 미달을 기록했다. 이 중 계약 건수는 20건이 채 안됐다.
전매가 가능했던 2단지의 경쟁률은 1단지보다 나았지만 그래도 계약율은 저조했다. 1차 청약 당시 5건만 계약이 체결됐다. 두 단지 합해 계약률이 한자릿수대였다는 뜻이다.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양가가 다소 비싸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애초 책정된 전용면적 84㎡의 3.3㎡당 분양가는 3200만원 수준으로 서울 대단지 아파트의 최근 분양가보다도 비싼 편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 4구역의 3.3㎡당 평균 분양가(2834만원)와 비교하면 10% 이상 분양가가 높다.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MDM은 취득세 전액 지원과 1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 무료 제공을 내걸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자 결국 분양가도 2억원이나 낮춰 재분양했다. 전용 84㎡ 타입 평균 분양가는 5억원대 후반, 107㎡ 타입은 8억원대 중후반, 119㎡ 타입은 15억원대로 각각 조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분양률은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정신도시 인근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운정역에서 꽤 가야하는 입지에 있는데도 분양가가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아파트도 안 팔리는 마당이라 아파트 대체재를 사려는 사람이 없는 만큼 시행사가 오래 들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DM이 지난 8월 분양한 경기도 의왕 백운밸리 ‘백운호수 숲속의 아침’도 여전히 판매 중이다. 백운호수 숲속의 아침은 고급(하이엔드) 오피스텔(842실)과 유료노인 복지주택(536가구)으로 지어지는 단지다. 오피스텔 중간층인 9층을 기준으로 전용면적 99.82㎡는 3.3㎡당 4166만원, 전용면적 3.3㎡당 119.53㎡는 4199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에 비교 가능한 아파트 단지는 백운효성해링턴플레이스인데,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7월 10억8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매도호가는 8억5000만원부터 13억원 수준으로, 최고 매도호가를 기준으로 따져도 3.3㎡당 3700만원 수준이다.
경기도 의왕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3억원으로 매도하겠다는 집은 지하방까지 딸린 1층 주택으로 희소성이 더해져서 호가가 더 높은 것”이라면서 “백운호수 숲속의 아침 분양가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됐다”고 했다.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백운밸리보다 교통 등 인프라 시설이 낫다고 평가받는 경기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도 미계약이 나오는 마당에 당연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덕원자이SK뷰는 일반분양 가구(899가구)의 절반 수준인 508가구(56.6%)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시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MDM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팔릴 것이란 계산으로 분양가를 책정했겠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선 좀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최근 입주율이 10%에 그치고 수분양자들이 잔금대출 알선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던 서울 서초구 ‘반포더샵리버파크’도 MDM그룹이 시행을 맡은 단지다. 이 곳의 3.3㎡당 분양가는 7000만원을 넘었다.
분양업계에서는 MDM사업지의 분양계약이 쉽지 않고 미입주 사태까지 나는 이유로 분양가가 높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MDM은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오랜 기간 판매하는 전략을 통상 취해왔는데, 이번에도 그 연장선이란 뜻이다.
2019년 9월 분양했던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그랜드파크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3370만원으로 전용면적 84㎡ 9억9000만~12억4000만원, 115㎡ 13억1200만~15억560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12억원이면 서울 서초구의 한강 조망권은 가진 재건축 아파트 단지 신반포2차 전용면적 68㎡를 갭투자(전세보증금을 포함해 매매하는 것)에 나설 수 있었다. 당시 신반포2차 전용면적 68㎡의 매매값은 17억원, 전세값은 4억원 수준이었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분양 당시 한동안 미분양이었다가 그 이후로도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결국 모두 판매됐지만 쉽지는 않았다”면서 “MDM은 늘 집 한 채를 매도하면 판매사원에게 일정 부분 수익을 주는 ‘조직분양’을 하며 이 비용을 모두 분양가에 얹기 때문에 고분양가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번엔 분위기가 워낙 나빠 오랜기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MDM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곳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특화 설계 등을 적용하면서 공사비용이 오르다보니 분양가가 다른 단지보다 높아진 것”이라면서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 상황이 나빠져 분양이 좀 더디지만, 충분히 고급화했고 그만큼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비싼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