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철거 후 착공을 앞두고 있던 서초구 신반포 4지구 메이플자이 재건축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있다. 서울시로부터 사업지 내 시유지를 매입하는 절차가 지연되면서 착공이 늦어진 바 있는데 잇단 소송까지 더해지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이 지난 2018년 12월에 진행한 임원선거 결과를 두고 후보자였던 A씨가 제기한 이사선임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의 판결을 지난 5월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 드러난 부정선거 정황이 사실로 인정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파장이 일었다.

이달 25일부터 10월 24일까지 이주기간이 떨어진 신반포4지구

조합은 당시 임원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총 8인의 이사를 뽑았다. 후보로 나섰던 A씨는 이 과정에 2표 차로 최종 8인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A씨는 선거 과정에서 홍보요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서면으로 제출한 선임결의서를 조작해 조합장 및 집행부에 우호적인 후보 B씨가 선출되도록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홍보요원들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선출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홍보요원들이 서면으로 제출받은 투표용지를 파기한 후 원하는 후보에 기표하거나, 투표가 완료되지 않은 서면결의서에는 원하는 후보에 기표하는 등의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한 조합원은 “판결문을 보면 홍보요원의 선거 개입 정황이 명백한 만큼 관련자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조합장이 직접 관리하는 홍보요원이 선거에 개입한 만큼, 관할관청에 강한 조치를 요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합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공유되면서 조합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게 이 조합원의 설명이다.

신반포4지구는 신반포8·9·10·11·17차와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등 7개 아파트 및 상가 단지 2개를 통합하는 재건축 사업이다. 총 3307가구가 들어서는 이 사업은 강남권 ‘재건축 대어’ 중 하나로 꼽혀 관심을 끌었지만, 사업 속도는 지지부진했다. 2003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2016년에야 조합설립인가가 났고, 2018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서울시로부터 시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시 측에서 사업시행인가 시점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공시지가에 맞춰 땅값을 올리는 바람에 매입 절차가 늦어지면서 착공이 늦어지기도 했다.

토지보상을 놓고도 여러개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신반포 20·21차 단지가 보유한 일부 지분에 대한 부동산매도소송 2건 ▲신반포 20차 경계구역에 있는 토지에 대한 인도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다. 신반포4지구의 사업구역에 포함된 땅 중 조합이 소유권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거나, 소유권은 있지만 인근 단지가 장기점유하고 있어 법적 절차를 밟는 단계다. 여기에 임원선거 비리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조합 측은 선거비리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됐던 이사의 경우 이미 집을 팔아 조합원 지위가 상실됐고, 나머지 소송도 절차상의 문제일 뿐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학규 신반포4지구 조합장은 “선거과정에 불공정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안타깝지만, 문제가 됐던 당선자를 제외하더라도 이사가 6명인데, 정관상 이사가 최소 5인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조합 운영에 문제가 없다”면서 “앞으로 문제가 되지 않게끔 잘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매도소송에 대해서는 “준공 전에만 마무리하면 되기 때문에 착공 등 추후 사업 진행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신반포4지구처럼 대규모인 재건축 사업장에서 이 정도 소송은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다른 대규모 단지와 비교해도 재건축 속도가 이정도로 진행되는 것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했다.

사업이 지연되지 않더라도 비용이 발생하는 소송들은 사업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매도청구의 경우 시가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더 내거나 청산금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신반포4지구의 경우 시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오른 땅값이 반영된 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