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LG그룹 회장을 각각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선 대(對)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연구개발(R&D) 투자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 대통령이 재계 총수를 만난 건 지난달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 6단체장 및 4대 그룹 총수와 간담회를 한 지 한 달여 만이다.
18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에 정 회장을, 15일에 구 회장을 관저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개별 기업의 투자 계획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각 그룹 회장들로부터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지방 활성화 방안, 연구개발 투자 및 미래 사회 대응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 간담회에서 기업 총수들의 의견을 묻고, 여러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도 설명한 거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 대통령이 다른 기업 총수를 만날 가능성도 높다. 강 대변인도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원팀 정신’으로 재계와 자주 소통하며, 폭넓은 스킨십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원팀’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통상 관련 재계 총수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도 썼던 표현이다.
현직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관저에서 회동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중도 보수를 자처하며 ‘기업 중심의 성장’ 기조를 천명한 만큼, 기업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지난달 13일에도 경제 6단체장 및 4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2시간20분 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이 대통령의 첫 정상외교 무대인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통상 관련 재계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간담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시한(8월 1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뤄졌다. 개별 기업이 글로벌 통상 전쟁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전략 등을 파악하고, 의견을 구하는 자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해 예고한 상호관세는 25%다.
정부는 위성락 안보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통상·안보 패키지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전시 작전권(전작권) 환수’ 문제도 포함될 거란 관측이 있었지만, 대통령실은 “안보 협의 과정에서 그 문제가 나올 수는 있으나 지금은 거기까지 가 있지 않다”고 했다. 실제 자동차·철강 등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기업 가격 경쟁력에 최대 악재가 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지를 옮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날 만찬에선 지방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밝힌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산업단지 조성’과 맞닿은 의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목적으로, 비(非)수도권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핵심은 해상풍력·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 주변의 비수도권에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여권은 조만간 규제 완화를 골자로, 교육·정주 요건 혜택 등을 담은 특별법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