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구 후보자는 기재부 2차관 및 예산실장, 정책조정국장을 지낸 정통 관료로, 이재명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으로서 경제 정책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사법·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할 법무부 장관에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이자 친명계 좌장인 5선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경찰 등 수사구조 개편을 총괄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5선의 윤호중 민주당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사회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윤호중 민주당 의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지빌리티 사장,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대통령실 제공.

◇기재부 잔뼈 굵은 예산통, ‘안정성’에 방점

구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핵심 보직을 지낸 대표적 예산 전문가다. 참여 정부 당시에도 대통령 국정상황실 행정관(3급), 인사수석실 행정관 인사제도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내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미주개발은행(IDB) 선임 자문관으로 파견됐었다. 기재부 노동조합이 실시한 ‘닮고 싶은 상사’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릴 만큼 조직 내 신임이 두텁다.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싱크탱크로 발족한 ‘성장과통합’에서 재정조세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제1과제로 제시한 ‘경제 성장’ 컨트롤타워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보다는 기재부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안정성을 갖춘 관료 출신을 일찍이 점찍었다고 한다.

◇‘대통령에도 쓴소리’ 檢 개혁 칼 쥔 정성호

정성호 후보자는 이른바 원조 친명으로 불리는 7인회 소속 인물이다. 이 대통령이 처음 대권에 도전한 2017년부터 ‘비주류 정치인 이재명’을 지원해왔다. 이번 대선에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재위원장을 맡아 새 정부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 밑그림 작업에 참여했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 강성 지지층이 불편해 할 만한 ‘쓴 소리’도 기탄 없이 할 만큼 신뢰가 구축된 관계다. 이 때문에 선명성을 강조하는 신명(新이재명)계나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경기북부 접경지역이자 보수세가 강한 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갑에서 내리 5선을 할 만큼 지역 내 신뢰도 깊다.

경기도 구리에서 5선을 지낸 윤호중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캠프를 총괄했으며, 본선에서도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실은 현재 교육부 장관이 겸직하는 사회부총리 역할을 떼어 내 행안부 장관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정부조직개편 안(案)을 만들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아직 조직 개편을 확정하거나 정리된 안은 없으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기재부장관 역시 조직개편과 연동된 직책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재부가 행정부의 왕노릇을 한다”면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골자는 예산 권한 분리다. 기재부의 예산권을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것으로, 이런 내용의 법 개정안이 이미 여당 의원 명의로 발의돼 있다. 예산편성권을 쥔 기재부가 다른 부처 위에 군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직 개편이 확정되면, 예산 업무를 총괄할 장관급 인사가 추가로 지명할 수 있다.

◇‘코로나 지휘하며 코로나 주식 보유’ 논란에도 강행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코로나19 관련 주식 보유’ 논란에 휩싸였지만, 1기 내각에 포함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국민추천제’로 선임됐다. 코로나19 당시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등의 사유가 인정됐다고 한다. 강 비서실장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에 따라 소명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후보자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자는 입장이고, 청문회를 지켜보면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檢출신 봉욱 민정수석, 기재부 출신 기업인 김정관 산업부行

이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정은경 전 질병청장을 지명했다. 오광수 변호사의 차명 부동산·대출 의혹 및 사퇴로 재검증을 거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는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을 주도할 인물로, ‘검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신설 직책인 경청통합수석비서관에는 전성환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시민운동가, 공공기관장 및 지방 공무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낮고 작은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온 인물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경청과 통합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경청통합수석은 시민단체 등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역할로, 전임 윤석열 정부에선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이를 맡았었다. 문재인 전 정부에선 국정기획상황실 산하 자치분권비서관, 사회통합비서관이 관련 기능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