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내각 인선은 국회의원 출신이 다수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초대 민정수석이 임명 나흘 만에 차명 부동산·대출 문제로 낙마한 가운데, 이미 선출직으로 여론의 검증을 거친 현역 의원 출신을 다수 기용해 안정감을 꾀한 측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지명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 왼쪽부터 통일부 정동영·국방부 안규백·환경부 김성환·해수부 전재수·여가부 강선우 후보자. /대통령실 제공

◇국방위 터줏대감 안규백, 문민 국방 수장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64년 만에 첫 민간인 국방장관으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5선 현역 의원이며, 단기사병(방위) 출신이자 일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국방장관 전원이 장군 출신임을 고려하면 이례적 인사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을 추진했지만, 북한 핵 등 안보 문제, 군 조직 장악력 우려로 좌초됐었다.

이번 인사에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육사 인맥을 앞세워 계엄을 주도한 만큼, 민간인 국방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강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에 대해 “64년만에 문민 국방부장관으로,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키’ 쥔 강선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당 재선 의원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와 여가위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올해 3월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와의 대담을 조율한 것도 강 후보자다. 당 국제외교협력본부장으로, ‘인공지능(AI) 발전과 인류의 대응’ 국회 대담을 주선했었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여가부 확대 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을 공언한 만큼, 여성 의원 출신 후보자를 앞세워 부처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부산 3선 전재수, 해수부 이전·북극항로 주도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의 핵심으로 꼽히는 ‘북극항로 개척’ ‘해수부 부산 이전’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부산 18개 지역구 중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생환했다. 보수 색채가 강한 부산에서 민주당 배지를 달고 당선될 만큼 지역 내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도 꼽힌다. 이 대통령 공약이자 논란이 일었던 HMM 등 민간 해운기업 이전 작업도 전 후보자 손을 거칠 전망이다.

◇이재명표 기후·에너지 공약 만든 김성환

김성환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민주당 내 전략·정책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K-칩스법’ 처리 과정에서 이차전지, 전기차 등을 국가전략기술 조세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협상력을 보여줬다. 당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를 이끌며 주요 현안에 대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소신파’로 이름을 알렸다. 대선 캠프에선 요직인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기후·에너지 분야 공약을 만든 핵심 인물이다. 21대 총선 당시 이해찬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180석 압승’을 이끌었고, 22대 총선에선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소속으로 171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李가 대선 도운 정동영, 새정부 ‘南北화해' 기조 상징

여권 원로인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5선 중진으로,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개성공단 공신으로, 이 대통령이 공언한 ‘남북 화해협력 및 교류’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 면담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특히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정동영 캠프 비서실 수석부실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여권 여러 전문가 중에서도 이 대통령이 북한 정세 등 직접 조언을 구하는 원로로 꼽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