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정상통화를 하고,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건설적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의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9시 3분쯤 통화를 시작해 9시 31분쯤 통화를 마쳤다.
한 대행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도적인 대선 승리와 ‘미국을 다시,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비전 실현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백악관이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 정부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표명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대행은 이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의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양측은 군사동맹에 대한 분명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지속적인 발전 방향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경제협력도 이날 협의의 핵심 의제였다. 한 대행은 조선, LNG 및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밝혔다. 양측은 상호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장관급에서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한 대행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심화되는 안보 위협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의지가 북한의 핵보유 의지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공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양측은 앞으로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에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미·일 삼국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한 대행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 맞춰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대행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중국처럼 보복 관세로 강경 대응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관세 부과에 대해 “안타까운 일(a pity)”이라면서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처럼 상호 관세 부과에 보복 조치 등을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 길을 택하지 않겠다”면서 “그런 식(보복)의 반격이 상황을 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관세, 조선, 방위비 등과 관련해 대화했다”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무역흑자(surplus), 관세, 조선, 미국 LNG의 대규모 구입,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관련 조인트 벤처,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중대한 군사력 관련 비용 지불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좋은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간의 방위비 분단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달러의 비용 지불을 시작했지만, 슬리피(sleepy) 조 바이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끝내버렸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썼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2026년부터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해 분담금을 올리기로 합의한 분담금 협정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패’로 규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한국)의 최고 팀이 미국행 비행기에 탔고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무역과 관세로는 해결되지 않는 다른 주제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포괄적인 협의를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라고 부르며 “아릅다고 효율적인 절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