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규제 판갈이’를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우며, 민간의 활력을 가로막는 각종 제약을 대대적으로 걷어내겠다는 ‘구조개혁’ 청사진을 18일 제시했다.

AI(인공지능)·반도체·관광·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고, 지역균형과 민간 활력 중심의 경제 생태계 조성을 통해 성장 동력을 재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제를 판갈이 합니다-새롭게 대한민국'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앙당사에서 ▲규제 혁신 ▲인프라 혁신 ▲미래산업 전략 ‘판갈이’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의 장기적, 만성적 저성장의 이유는 구조문제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대적인 경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경제의 족쇄를 푸는 경제 판갈이를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규제혁신처 신설·주52시간제 예외·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김 후보는 ‘규제 혁신’을 통한 민간 활력 회복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존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규제개혁 기능을 일원화한 ‘규제혁신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존의 민원식 규제 대응에서 벗어나 상시적이고 능동적인 규제 정비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유경제혁신기본법’ 제정도 추진해 규제 혁신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법은 디지털·AI·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가 우리나라에만 적용되지 않도록 개선해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시장 질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규제 혁신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유능한 인재가 열심히 뛰어야 한다. 저마다의 꿈과 소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노동 개혁을 이루겠다”며 “근로자가 원하는 만큼 집중해서 일하고 쉴 수 있도록 주52시간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소득 전문직은 주52시간제에 예외를 두고, 탄력 근로와 선택 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소 반기 이상으로 확대해 직무 특성과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일한 만큼 보상 받는 ‘직무성과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임금과 취업 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취업 규칙을 변경하려 할 때 노조의 동의가 아닌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고 전체 노조가 아니더라도 그 직군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지방 분권형 규제 완화 방안도 밝혔다. 김 후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직접 규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메가 프리존’과 창의적 개발을 허용하는 ‘화이트존’, 농촌특화 ‘자율규제혁신지구(농촌프리존)’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제를 판갈이 합니다-새롭게 대한민국'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과학기술·경제안보 인프라 확충"

‘인프라 판갈이’도 경제 공약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단순한 도로·철도 건설이 아니라, AI·반도체 시대를 견인할 전력과 R&D, 통상, 공급망 인프라까지 포함해 전면 재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력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 산업 육성이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따라 가스·원전·재생에너지를 함께 키우는 ‘에너지믹스’ 전략을 내놨다. 김 후보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력 인프라가 든든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원전 생태계 복원, 전력구매계약(PPA) 정비 등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를 확실하게 부활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에너지 기반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통신망·철도망·도로망과 함께 전력망까지 국가 전략 인프라로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인한 국부 유출을 차단하는 한편,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RE100·CF100 대응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과학기술 인프라 투자 확대도 강조했다. 국가예산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국가 전략 기술 연구 개발에 5년 내 10조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R&D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해 연구 착수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고, 기업과 겸직 허용 등 민관 협력 연구를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글로벌 통상 환경과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미세한 변화에도 기밀하게 반응하고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경제안보 인프라도 튼튼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확대 개편한 ‘경제안보교섭본부’를 신설하고,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매년 10조 이상 조성하는 한편, 경제안보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관리하고, 핵심 자원에 대해서는 민관 합동 비축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AI·바이오·우주 전략,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미래산업 전략으로는 AI, 바이오, 양자, 우주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직속 3+1 기술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각 분야별 전략을 조율하고 예산·규제·인재 정책을 통합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AI 부문에선 세계 최고의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지역 거점에 AI 컴퓨팅 센터를 설치하고 GPU 10만장을 확보해 기업·대학·연구소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 수요 대비 공공 공급률 5.5%를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AI 인재 20만 명을 양성하고, 민관 100조 펀드를 조성하며, AI 일상화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과 공공 분야 AI 도입률을 각각 70%, 9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AI 외에 반도체·미래차·산업용 로봇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맞춤형 인프라, 유연근무제 적용,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2030년까지 10만대 보급, 산업 AI 적용기업 1000곳 이상을 목표로 제시해 산업 전반의 전환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벤처·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모태펀드를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고, 5년간 팁스(TIPS,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기업 2만곳, 딥테크 스타트업 2000곳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자금 유입을 위해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을 제시했다.

국내‧외 인재의 스타트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창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비자와 인건비 보조 바우처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관광과 콘텐츠 산업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문화 관광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의 하나로 키우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신설하고, 5대 메가시티에 2~3만석 규모 아레나 공연장 설립, 도시민박 제도화 등 관광산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는 “앞으로는 콘텐츠가 힘”이라며 “AI 콘텐츠 규제 자유 특구를 조성하고 창작부터 수출까지 K-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저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 최대 규모 첨단 신도시와 산업 단지를 조성한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말이 아닌 실천과 성과로 증명하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