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광폭의 빅텐트’로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뜻을 내세우고 있으나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빅텐트 첫 단추로 거론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는 실패했고, 선거대책위원장 제안도 거절당했다.

여기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도 연대를 공식 거부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12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김 후보의 최종 선대위 명단에는 한 전 총리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는 전날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당원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뒤 김 후보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총리는 김 후보로부터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 전 총리는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조금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 불참 의사가 하루 만에 공식 확인된 것이다.

김 후보는 전날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후보로 등록한 뒤 “우리 당뿐만 아니라 폭을 더 넓게 해서 전체적으로 광폭의 빅텐트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의사를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수차례 밝힌 ‘반(反) 이재명 빅텐트’ 구상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됐다.

선대위에는 당 경선에서 끝까지 경쟁했던 한동훈 전 대표의 이름도 빠졌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게 계엄과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김문수 후보에 이어 지지율 3위로 삼자 구도를 형성 중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빅텐트 참여 가능성이 0%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탄핵 반대(반탄)파에 해당하는 국민의힘과 손잡는 순간 과반을 얻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김 후보와) 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역시 지난 10일 “고심 끝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대 정당의 극단 정치로 서로 미쳐 돌아가는 이 광란의 시대에 제가 선거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통감했다”며 빅텐트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 학생회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김 후보가 빅텐트 등으로 연대를 형성해 중도층을 포섭하지 않으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난망하다고 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9일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자 구도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52.1%로 김문수(31.1%), 이준석(6.3%)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한덕수 전 총리와의 후보 교체 논란을 겪기 전에 진행된 것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이준석 지지율이 두 자릿수가 되면 판도를 바꿀 상수가 될 것”이라며 “빅텐트를 형성해서 김 후보가 30%대 후반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 줘야 승산이 있다. 앞으로 열흘 안에 이런 구도를 형성하지 못하면 앞으로 이를 뒤집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전 총리가 대선 출마 포기한 상황에서 빅텐트가 동력을 많이 잃었다”면서 “빅텐트로 가기보다는 앞으로 극우파적 성향 가진 인사를 영입하는 것을 피하고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방식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후보 측이 1990년생인 김용태 의원을 신임 비대위원장을 지명한 것은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중도층 표심’ 끌어모으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다만 한계도 예상된다. 이 후보는 ‘김용태 카드’에 대해 “국민의힘의 강경 우파적 경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