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거짓말 못 시키는 사람입니다. 서민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평일 오후에도 ‘보수의 심장’ 대구 서문시장 입구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육교 계단까지 ‘태극기’를 들고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꽹과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현장 열기도 달아올랐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몬산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김 후보가 도착하기 전 시장 스피커에선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김문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주일 전 경선 과정에서 유세왔을 때보다 훨씬 많이 모였다”고 전했다.
오후 5시 30분 쯤. ‘기호 2번 김문수’라고 적힌 흰색 셔츠 차림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유세 차량 위로 오르자, 상인과 지지자들은 “김문수 대통령!”을 연호했다.
김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두 팔로 머리 위 하트’를 그리고는 “대구 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라고 외쳤다.
이어 김 후보는 함께 무대에 선 권성동 원내대표와 주호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추경호·권영진·이만희·이헌승·김대식·최은석·김기웅·강대식·김승수 의원 등 지역 의원들과 시장 상인과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는 “서문시장도 많이 좋아졌고 대구도 발전했지만 많은 어려움이 또 우리 앞에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를 살리려면 박정희 대통령 정신이 필요하다”라며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해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번갈아 가며 불끈 쥔 주먹을 위로 올리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지자들은 그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제창했다.
연설을 관통하는 단어는 ‘정직한 대통령’이었다. 김 후보는 “(경북은) 제가 태어나고 공부하고 자란 곳”이라며 “민주당에서 나온 사람도 안동 사람인데 검사도 사칭하고 총각도 사칭하는 거짓말 도사가 있다. 대통령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나. 참말 잘하는 사람을 뽑나”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정조준했다.
이어 자신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시위 주동자로 지목됐지만 거짓 자백을 거부했다는 일화를 털어 놓는가 하면, 서울대에 입학해서도 시위로 퇴학당해 공장 노동자로 7년을 보냈다며 “저는 지금까지 감옥을 가더라도 거짓말을 못 시키겠다. 어떤 경우든 절대로 사람들을 속이고 이런 것은 죽어도 못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지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김 후보는 또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을 언급하며 “저는 경기도지사로 수십 개 도시를 개발했지만, 내 측근은 단 한 사람도 수사받거나 조사받은 사람이 없다”며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서민 대통령, 과학기술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며 “당선되지마자 트럼프 대통령과 모든 문제,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잘 살게만 해주이소!”라고 외쳤다.
유세 말미에 김 후보는 다시 한 번 시장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올라갈수록 더 낮은 곳으로, 더 어려운 곳으로 눈물을 닦아드리고 함께 웃고 우는 여러분의 친구가 되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한 가르침, 낙동강 전선을 지킨 호국 정신을 이어받아 대구 경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과 함께 김 후보가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를 외치며 유세는 마무리됐다. 김 후보는 무대 아래 지지자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뜨거운 분위기와 달리 유세 현장 곳곳에선 정당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사태’의 여파가 엿보였다.
김 후보가 도착하기 전 권 원내대표와 김대식, 최은석, 우재준 의원 등이 김 후보를 맞이하기 위해 서문시장 입구 쪽에서 기다렸지만, 김 후보는 이들을 만나지 않고 다른 시장 입구로 들어섰다. 일부 지지자들은 권 원내대표 등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유세 차량에는 ‘새롭게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만 래핑돼 있었다. 국민의힘이 이날 밝힌 김 후보의 공식 선거 슬로건은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다.
유세 차량에 오른 의원들 중 김대식·권영진·이만희 의원은 유세복 대신 정장 차림을, 우재준 의원은 흰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김 후보가 대중가요 ‘사랑스러워’를 개사한 선거송에 맞춰 율동하고 연설을 하는 동안 주호영, 추경호 의원 등은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지만, 뒤에 서 있던 의원들 중 일부는 멋쩍은 듯 두 손만 모으고 있거나 ‘김문수’ 구호를 따라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김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권 원내대표 역시 손으로 ‘기호 2번’을 상징하는 브이자를 하고 종종 박수를 쳤지만, 주먹 쥔 손을 얼굴에 대고 무거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