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대선 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당 지도부가 이날 자신의 대선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무소속이었던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단독 후보로 등록하자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당 지도부는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며 후보자 교체 절차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기호 2번’을 단 국민의힘 후보가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후보 교체 절차를 밟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김문수 후보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문수 캠프 제공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12시 35분쯤 당의 국민의힘 21대 대선 후보 선출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당 지도부는 “뼈아픈 결단”이라며 ‘후보자 재선출’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대통령 후보 자격 취소·한덕수 예비후보 입당 및 대선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에 대해 “당원들의 신뢰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 시간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고 날을 세우며 “(후보자 재선출은)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이었다고 했다. 이날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도 예정대로 진행한 뒤, 오는 11일 전국위에서 한 후보를 최종 후보로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상대책위와 선거관리위를 잇달아 열고 김 전 후보 선출 취소, 한덕수 후보 입당과 후보 등록 등 안건을 의결했다. 관련 절차가 차질없이 마무리되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기호 2번’은 김 후보에서 한 후보로 바뀌게 된다.

후보 등록일 직전 일방적인 후보 교체 조치는 정당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이번 대선에서 ‘기호 2번’을 단 대선 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전 당원 투표에서 ‘후보 재선출’ 안건이 과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 김 후보 측이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후보 교체와 한 전 총리 후보 선출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 법원은 주말인 이날 오후 5시에 해당 사건을 심문한다. 재판부는 전날 김 후보가 낸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신청은 기각한 바 있다.

김 전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후 중앙당사 대선 후보 사무실에 머문 뒤, 캠프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 후보 측은 정당법상 정당 내부에서 선출된 후보의 자격을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기구가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당 지도부의 ‘후보자 교체 절차 강행’이 당헌과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지난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에겐 반드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경선 레이스를 함께 뛰었던 주자들도 “날치기 단독 입후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전 후보와 함께 결선에 올랐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직전에 기습 공고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도 막았다”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차 경선에 올랐던 안 의원도 “당헌당규와 정당의 민주절차를 무시한 불법무도한 폭거”라고 밝혔다. 경선에 참여했던 나경원 의원 역시 “비정상적 교체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해선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선을 불과 20여일 남겨두고 벌어진 ‘후보자 교체 강행 사태’로 당 내홍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친한(한동훈계) 좌장’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당의 분열과 당의 존립을 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규탄하며 한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조 의원 주재로 후보 교체 강행 사태에 관련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