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11일 전 단일화‘를 못 박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향해 “’꽃가마’를 태워주면 입당하겠다는 것”이라고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한 후보의 출마를 기획한 세력이 있다는 ‘배후설’까지 주장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에 참석해 패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최대 정치 현안인 보수진영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한 후보가 전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단일화 마지노선을 밝힌 데 대해 비판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가 돼서 본인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면 입당하겠다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입당도, 후보 등록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체가 뭔가”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토론회 전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토론·15∼16일 여론조사’라는 단일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이 ‘8일 토론회, 8~9일 여론조사’를 제시한 데 대해 역제안한 것이다. 그는 “투표일 6월 3일로부터 18∼20일 이상 전이면 단일화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무소속으로 등록도 안 하고 입당도 안 하겠다는 사람을 상대로 (11일 전까지) ‘유령’과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 올바른 정당 민주주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누군가 기획해서 한 후보를 출마시켰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저는 그렇게 본다”라고도 했다. 다만 김 후보는 그 배후가 누구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고 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약점도 파고들었다. 그는 “그분이 동네 국회의원 선거라도 해보셨나”라며 “(한 후보와 같은 공직자 출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선거판에 들어와서 며칠 만에 그만두셨다. 이 판은 난장판이다. 이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분이 무도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긴다는 보장이 있다면 제가 업고라도 모셔 오겠다”고 했다.

당이 ’11일 전 단일화’를 촉구하는 데 대해선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려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후보 교체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건 다 보인다”라고도 했다.

김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 단일화는 절실한 과제”라면서도 “후보 단일화는 국민과 당원 동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그 위력이 발휘된다”고 했다. 이어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몇몇 사람들이 작당해 대통령 후보까지 끌어내린다면 당원 동지들과 국민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후보 단일화인가, 후보 교체인가”라고 되물었다.

계엄·탄핵 사태에 대해선 이전과 다소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탄핵에 대해서도 우리 당의 부끄러운 모습을 사과하지 않을 수 없다. 정중한 사과를 드리고 우리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계엄·탄핵 사태 대국민 사과 요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하고 탄핵돼 파면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30명 넘는 줄탄핵, 특검, 예산 전면 삭감 등도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며 “(사과를) 못한다는 게 아니라 (탄핵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보고 하겠다”고 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당 필요성에 대해서는 “본인이 탈당하겠다고 하면 몰라도 지도부가 ‘인기 떨어지면 잘라낸다’는 것은 정당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단일화 로드맵 제시가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당 지도부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를 구성하고 그 선대위 안에 단일화 추진 기구를 구성해 (단일화를) 논의하겠다는 게 제 주장이었다”며 “선대위 구성을 지도부가 안 하고 선(先) 단일화 후(後) 선대위 구성이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에 국회 사랑재 커피숍에서 한 후보와 2차 회동할 예정이다. 다만 단일화 시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일단은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어제는 (한 후보가) 4시 반에 긴급 기자회견을 해 11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을 안 하겠다고 해서 안 하겠다는 사람과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