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7일 만난다. 김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단일화 협상을 위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두 후보 간 단일화 시점과 방식에 대한 입장차가 커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두 후보 간 회동은 김 후보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현재로선 배석자 없이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만 알려진 상태다. 회동 장소는 만남 이후 오후 6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단일화를 두고 후보 측과 당 지도부 간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해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일화 시기와 방식을 두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 및 주류가 큰 틈을 보이는 만큼 이번 회동에서 명확한 진전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김 후보 측은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오는 25일까지 단일화를 추진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단일화 대상도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이번 주 중 두 후보의 단일화를 마무리 지어 오는 11일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한 사람으로 후보를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후보 등록이 11일이고 후보 등록하자마자 다음 날 플래카드도 걸려야 하고 홍보물도 제출해야 한다”며 “이기는 선거를 하려면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으로 단일화가 돼야 하기 때문에 그건 11일 이전이어야 그나마 한번 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한 후보 측은 김 후보가 아닌 당이 단일화 협상의 공식 채널이 돼야 한다며 신경전도 보였다. 이 대변인은 “물밑으로 만날 수도 있고 대화할 수도 있지만 공식적인 것은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단일화의 모든 채널은) 일단 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사실상 한 후보 측을 지원사격하는 모양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날 당원들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하며 김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당원 다수가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김 후보의 의사와 무관하게 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11일 전 단일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김 후보는 전날 밤 입장문을 통해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예정대로 ARS(자동응답방식)로 당원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원 조사에는 단일화가 필요한지 여부와 단일화 시기를 11일 후보 등록 전과 후 언제로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사자 간 회동으로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당내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 측은 당 공식 대선 후보를 압박하는 당 지도부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비서실장은 “후보는 이미 단일화를 하겠다고 수차 공언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킬 상황이었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그런데도 당에서는 여러 요인들이 겹쳐서 후보를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끄집어 내리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행위들이 반복돼 잘못된 길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후보는) 후보 지시 감독을 받아야 할 당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를 압박하고 나서는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심정”이라며 “(이를) 이해해야 단일화 작업이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단일화를 시키겠다며 시한을 정하고 압박하고 후보자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로 보이는 행위가 반복되면 후보로서도 응하기가 쉽지 않아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통해 ‘비대위 해체’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김 비서실장은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전날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는 현재의 비대위 해체 권한도 있다”고 말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최근 발언 일부를 SNS에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