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커진 것은 좋은 시그널입니다. 이 후보의 압도적인 지지율에 국민의힘이 항상 불리한 위치였는데, 이제는 희망이 생긴 거죠.”
3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앞에서 만난 익명의 한 지지자는 이렇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킨텍스 입구는 김문수·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지지자 간 응원 경쟁이 한창이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김·한 후보 중 한 명이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만큼 막판 공세를 벌이는 것이다.
양측은 불과 10m 떨어진 거리에 응원용 부스를 설치한 뒤,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큰 소리로 연호했다. 한 후보 측 지지자가 서로 약속한 구역의 선을 넘자 김 후보 측 지지자가 “옆으로 가라”고 큰 소리로 항의하기도 했다. 두 후보의 등신대가 위치한 포토존 앞에서도 지지자 간 고성이 오갔다.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로 표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분위기였다.
지난 30년간 당원이었다는 국민의힘 중앙당 고문 안홍식 씨는 “오랫동안 보수 진영에 몸담아온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안 씨는 “이전까지는 이재명 후보를 꺾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혼란의 장기화를 원치 않는 중도층이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안산에서 왔다는 신연희 씨는 “한동훈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며 “젊고 능력 있는 한동훈 후보가 청년 정책을 제대로 세워 나라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법리에 따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거라 본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다시 잡는 데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파기환송심 판결로 인해 직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 후보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40%대 수준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지지자 간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 지지자 이향숙 씨는 “대의를 위한 단일화로 한덕수 전 총리가 대선 후보로 나와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보수 진영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중요하고, 김문수 후보도 이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후보 지지자 박영민 씨는 “한덕수 전 총리는 보수 진영으로서의 색채가 부족하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됐을 때 보수 진영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50%)와 국민 여론조사(50%)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김문수·한동훈 경선 후보 중 최다 득표자를 최종 후보로 선출한다. 개표 결과 발표는 오후 3시 46분쯤부터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