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한동훈 후보의 ‘5대 메가폴리스 조성’ 공약에 대해 짧은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며 협공했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뉴스1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경선 4강 토론회의 첫 주도권을 갖고 ‘5대 메가폴리스를 2년 만에 조성하겠다고 해서 놀랐다”며 “서울과 똑같은 도시를 지방에 어떻게 2년 만에 5개를 짓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없는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규제제로 펀드 등을 동원해서 도시가 특정산업 중심으로 돌아가되, 서울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아파트도 3~4년 걸린다”라며 반박했고, 한 후보는 “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각 지역에 국가전략산업 중심으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대구시장을 지낸 홍 후보에게 “(5대 메가폴리스 조성) 할 수 있겠나”라고 의견을 물었고, 홍 후보는 “허황된 공약이다. 신도시 만드는 데 10년 걸린다. 이 공약을 보고 행정을 알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원사격했다.

한 후보는 “두 분이 제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도시를) 새롭게 한다는 게 아니라 대도시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대구를 2년 동안 집중 지원해 메가폴리스로 조성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5년 만에 5개 메가폴리스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금 사퇴하고 한 후보를 업고 다니겠다”며 반격했고, 한 후보는 “업고 다니면 좋겠다”며 “(공약이) 허황됐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주도권 순서가 돌아오자 ‘메가폴리스 공약’을 다시 타격했다. 그는 “(한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박정희식 신도시를 하는 데 18년이 걸렸다”며 “(메가폴리스 공약은) 현실성이 없다. 수정하는 게 어떤가”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고 부산이나 대구같은 도시를 집중 육성해서 수도권 집중 문제를 역발상으로 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후보는 “생활 인프라도 조성하고 기술형 과학교·국제학교를 (세부 정책으로) 다 써놨는데 이걸 2년 만에 어떻게 만들겠나”라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홍 후보도 “나도 경남지사·대구시장을 해봤는데 못한다. 수도권에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데 최소 10년 걸린다”며 “2년 내 한다는 건 전두환 시대에도 안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김 후보는 ‘안랩 CEO 출신’인 안 후보에게도 “판교에 안랩이 남경필·이재명 지사를 거쳐도 안 성이 안 된다. 20년이 걸려도 안 되는데 서울과 맞먹는 메가폴리스를 어떻게 하겠나”라며 한 후보 공약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안 후보는 “판교가 제대로 자리 잡는 데 10년이 걸렸다. 30년 정도 지나 재건축이 되고 있다”며 김 후보 지적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22일 “전국에 5개의 서울을 만들겠다”며 ‘5대 메가폴리스 조성’ 공약을 발표했다. 각 메가폴리스에 AI, 바이오, 에너지, 미래차, 반도체 등 국가전략의 5대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으로,▲제대로 된 산업 유치 ▲정주 환경 조성 ▲첨단 인재 육성 ▲국토 인프라 종합개발 2개년 계획 등을 세부 정책으로 밝혔다.

또 그간 정치권에선 ‘광역권 개발’을 논의하며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자율적으로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와 달리 중앙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 현실화하겠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