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를 이끌었던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9곳 이상에서 승리하겠다는 호언장담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12 대 5′라는 숫자였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텃밭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개표 내내 국민의힘에 뒤지다 개표율 97%부터 역전해 0.15%p(포인트)차로 이기는 졸전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직후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여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지율이 퇴임을 앞둔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낮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민주당이 판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국회에서 강행처리하면서 분위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여론이 절반이 넘었지만, ‘위장 탈당’까지 하면서 밀어붙였다.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SBS 방송에 나와 “(대선 패배 후) 민심을 받아들이고 당 기조 대전환이 필요했다”며 “오히려 검수완박 추진과 같은 일반적인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오늘의 지선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정치에 복귀한 것부터가 논란이 됐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비워주고, 민주당 텃밭에 이 후보가 출마하는 모습에 국민의힘은 ‘방탄 출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적 연고가 없는 곳에 출마하면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는 ‘25년 대 25일’이라는 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선거 막바지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제주 선거도 흔들릴 뻔했다. 수도권 주민들이 제주관광을 갈 때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 수요가 감소하고, 인천국제공항은 제주 노선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하면서 “앞으로 비행기는 활주하지 않는다.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는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공개 반대했다.

이 후보는 지선 참패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