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 5.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단 5곳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이번 선거를 이끈 민주당의 ‘간판’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그러나 선거 결과 민주당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패배했고, 이 후보 혼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모양새가 됐다. 당초 이 후보는 국회에 입성한 후 당권에 도전한 후 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시나리오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친문(親文)과 호남계의 견제도 예상된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2일 0시쯤 인천 계양을 선거사무소에 도착해 이번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라며 “더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체 선거가 예상됐던 어려운 상황이다. 엄중한 경고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국회에 입성한 후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한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5년 당권을 장악한 후 대선에 재도전해 당선된 길을 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지선 참패로 당권 도전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가 ‘엄중한 질책’을 말했듯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지선 참패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전날 밤 출구조사 결과를 본 후 이 후보를 겨냥한 비판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라고 했다. 이 후보가 혼자 사는 동안 민주당은 참패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 전 원장은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 광주의 투표율을 보면서 길을 찾아라”라고 썼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광역시 투표율은 37.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유권자 3명 중 2명이 투표장에 안 간 셈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했고,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진단인 셈이다. 당내 호남계의 견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 벌어진 이 후보와 친문들의 충돌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는 친문 후보로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돌아온 전해철 의원도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4년 전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 이 후보와 친문 측의 격렬한 갈등이 전당대회 무대로 옮겨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후보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인 ‘실책’도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김포공항을 폐쇄하고 국내선을 인천공항으로 옮길 경우 관광 수요가 줄고, 제주행 항공편이 줄어 제주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가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