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박찬대 후보(기호순)가 16일 첫 TV토론에서 맞붙었다. 8·2 전당대회와 지역순회경선을 앞두고 열린 첫 공개토론으로, 권리당원 표심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날 SBS 뉴스브리핑에서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검찰개혁 추진 방식 ▲지방선거 전략 ▲당원주권 정당 구상 ▲야당과의 협치 ▲당정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입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양측은 기본 방향에선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속도와 형식, 우선순위를 둘러싸고는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정청래·박찬대 “검찰개혁, 8·9월도 가능”
검찰개혁은 이날 토론의 핵심 사안이었다. 두 후보는 검찰개혁의 조속한 추진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박찬대 후보는”이미 법이 만들어져 있고 방향도 다 정해져 있다. 법사위에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도 통과돼 있다. 결단만 내리면 8월달에도, 9월달에도 가능하다”라면서 강력한 추진력을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설치법 ▲중수청 설치법 ▲국가수사위원회법 등 ‘검찰청 해체 4법’을 발의했다. 핵심은 검사의 직무를 기소와 공소 유지로 한정하는 것이다. 대검찰청과 지방검찰청은 폐지하고 기소 전담 기관인 공소청을 설치해 그 역할을 승계하도록 하며, 수사 권한은 중수청과 경찰 등으로 이관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또 이들 수사기관을 총괄·감독할 국가수사위원회도 설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올해 추석(10월 5일~8일) 밥상 위에 검찰개혁을 올리겠다”고 밝혔는데, 입법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 후보는 “국민적 합의, 당론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금은 TF가 필요하지 않는다. 결단만 내리면 된다. 당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챙기면 되지 않겠나. 검찰개혁은 이미 민주당과 정부 사이에 컨센서스(일치된 의견)가 형성돼 있고 법안이 다 마련돼 있다. 당론에 따라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해서 8월, 9월 추석 안에 반드시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리겠다”고 했다.
정 후보도 “저하고 100% 일치된 의견”이라며 동의했다. 다만 “(업무를) 분리하는 작업, 재배치하는 작업, 지방경찰청에 있는 건물들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물리적인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검찰 개혁법은 8월 말, 9월 말에 통과가 되더라도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필승 전략… “중도층 확장” vs “공정한 공천 룰 우선”
두 후보 모두 내년 지방선거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박 후보는 ‘조직력 및 외연확장’, 정 후보는 ‘공정한 룰’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차이를 보였다.
박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바로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하고, 장기근속 공헌자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끔 공천룰을 만들 생각”이라며 “경선룰을 예측하지 못해 불안한 지방선거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각 지역 맞춤형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충청·강원·영남도 확장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중도층 확장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겠다. 더 공정한 경선을 통해서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천룰을 만드는 것이 승리의 요건”이라고 말했다.
◇당원주권 정당 청사진 “1인1표제 도입·당원 콘서트 개최” vs “운영 구조 개혁”
당원주권 정당 실현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강조하면서, 각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후보는 “십수 년 전부터 저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주장했다”면서 ‘1인1표’ 도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 국회의원, 산학회 회장을 뽑을 때도 1인 1표인데 민주당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는 1대 17표로 돼 있다”면서 “당대표가 되면 즉시 당원주권국을 설치해 1인1표 시대를 여는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말 당원 콘서트를 개최하고 우수 당원과 기초단체장을 시상하는 축제의 장을 열겠다며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후보는 “진정한 당원주권 정당을 위해선 일회성 또는 인기를 끌기 위한 이벤트성 공약이나 당원 대상으로 참여하는 각종 행사보다는 당원이 실제로 당의 주인 될 수 있도록 당의 운영과 의사결정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공천심사에 당원평가 반영 ▲전략공천 당원 추인제 ▲당내 선거 공영제(선거 비용 지원 확대, 득표율 연동 환급 기준 마련) 도입 ▲의원총회 공개 확대 ▲디지털정당 플랫폼 구축 등 정당개혁 5대 공약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위헌정당해산 심판 대상’ 두고 온도차
국민의힘 등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두 후보의 입장이 가장 엇갈렸다.
정 후보는 “협치, 안정, 통합 이런 미사여구는 대통령이 쓸 단어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당은 궂은 일, 험한 일을 하는 역할”이라면서 “협치는 합리적인 사람들과 하는 것이다. 불합리하게 어거지 쓰고 발목잡는 것은 돌파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를 향해 “‘협치 당대표가 되겠다’는 말도 했는데,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저와 가장 큰 차이나는 말씀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정 후보는 “통합진보당 사례로 봐선 국민의힘은 위헌정당해산 심판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국회 본회의 의결로 정부에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가능토록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후보는 “협치를 포기할 순 없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협치를 추구하지, 거래는 단호히 끊을 것이다. 원내대표 시절에 원 구성할 때 제가 정한 원칙을 관철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여당의 당대표는 야당하고도 협치를 포기하지 않고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협치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과와 반성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선 “내란 특검에서 충분히 내란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절차를 충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헌법과 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박찬대 “李 대통령 눈빛만 봐도 안다” 정청래 “눈빛 안 봐도 안다”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의 두터운 관계를 과시했다.
박 후보는 “저는 이재명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화를 원할 때 또는 투쟁을 원할 때 그때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면서 야당과의 협치도 원활한 당정관계를 기반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후보는 “박 의원은 눈빛만 봐도 안다고 그러는데 저는 (이 대통령과) 20년 정도같이 지냈기 때문에 눈빛을 안 봐도 않다”고 받아쳤다.
‘대통령에 쓴소리할 수 있는 여당 대표가 될 수 있겠나’라는 사회자 질의에 박 후보는 “이 대표와는 지난 5년 동안 수석대변인, 비서실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당대표 직무대행,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무수한 위험을 극복하고 내란일 이겨내고 이재명 정부를 세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한다”면서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쓴소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저의 진정성을 믿고 대통령은 무게감 있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이 대통령과 한몸처럼 움직이겠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 쓴소리를 할 땐 하겠지만 성공을 위해서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두 후보는 토론회 도중 “가장 친한 동지이자 진심으로 좋아하는 정치인” “법사위원장 시절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라고 서로를 추켜세우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다만 박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께 진짜 도움이 될 사람 당대표 기호2번 진짜 박찬대”라고 말하자, 정 후보가 “저보고 가짜 당대표 후보라는 것은 아니죠?”라고 받아치는 등 미묘한 신경전도 펼쳤다.
두 후보 측 모두 이날 TV토론이 향후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투표 반영비율이 55%로 가장 크고, 국민여론조사(30%), 대의원 투표(15%) 순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7월 23일 JTBC ‘오대영 라이브’, 29일 MBC ‘100분 토론’을 통해 나머지 2차례 TV토론을 이어간다. 각 방송 토론은 충청권(19일)을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지역 순회 경선 일정과 맞물려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