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 4인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4일 각 상임위에서 일제히 열린 가운데, 청문회는 첫날부터 곳곳에서 파행을 빚었다. 손피켓 시위와 함께 고성이 오가며 회의가 수차례 중단되고 야당이 퇴장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피켓 시위’와 자질공세를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방어에 나섰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의 자격과 도덕성, 정책 역량을 문제 삼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날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동영 통일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이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개의 13분 만에 고성과 함께 정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갑질왕 강선우 OUT’이라는 피켓을 노트북에 부착하고 회의에 참여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회의는 1시간 20분 뒤 재개됐고, 강 후보자는 “저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과거 보좌진 갑질 등 도덕성 논란을 지적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보좌관에게 자택 변기 수리나 쓰레기 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언론 보도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지역 사무소에 있는 지역 보좌진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하고 부탁을 드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부당한 업무지시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당 의혹을 제보한 보좌진 2명에게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이나 설명자료가 아니며, 법적 조치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강 후보자는 이어 “논란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보좌관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간사와 신성범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회 후 피켓을 다시 붙이고 있다. /뉴스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배경훈 후보자 청문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피켓 시위로 인해 세 차례 정회되는 파행을 겪었다.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두고 여야가 격렬히 맞섰고,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이 국회법에 따른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 국회 경호 인력까지 동원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청문회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겨우 속개됐다. 배 후보자는 “혁신적 과학기술과 AI는 우리 경제와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하고 안전과 신뢰에 기반한 합리와 효율을 국가 전체에 확산시키는 원천”이라며 “장관이 된다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X 대전환을 위한 인프라·데이터·인재를 결합해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배 후보자는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의 인공지능 전문가로, 이재명 대통령과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당은 “보은 인사”라고 비판하며 정책 전문성과 과기부 조직 운영 경험의 부족을 문제 삼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가족의 태양광 발전소 투자와 관련된 이해충돌 의혹과 위장전입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들이 다수의 태양광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후보자가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공동발의한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은 농가소득을 증대시켜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영농형 태양광과 제 아내가 소유하고 있는 태양광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5년 전에 제가 선거에서 실패한 뒤에 낙향·귀향했을 때 수입원이 국민연금밖에 없어 고정적인 생활비 마련을 위해 태양광에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지적에 대해서는 “맞다. 제 불찰”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전주에서 살아도 농지는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 신고가 안 된 농지에 대해선 등기 이전 전이라 재산신고가 누락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야당이 사생활 검증에만 매몰돼 있다며 엄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자료 제출 미비 등을 지적했다.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응답도 오갔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과 관련해 “통일부 명칭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반도부가 대안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이 통일부 명칭 변경이 헌법 4조 위반이며 ‘통일 포기론’이라 하는데 이는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정부조직법은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해양 분야 전문성 등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전 후보자가 해양 관련 법안을 5건 대표 발의하고 지역 민심과 소통하며 의정활동을 이어온 점을 강조하며 “전문성이 나무랄 데 없다”라고 추켜세웠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 후보자가 농해수위에서 활동한 경력이 없고, 대부분의 의정활동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해왔다는 점을 들어 “문체부 장관을 하시지 왜 해수부 장관을 하려고 하시나”라고 비꼬아 지적했다. 또 해수부의 부산 이전 계획을 언급하며 부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북극항로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수부가 부산에 있어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며 해수부 이전은 정책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선 “지금은 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장관이 되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출마 선언이냐고 재차 묻자 “세상 일을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첫날 인사청문회부터 고성과 퇴장, 피켓과 정회로 얼룩지면서 이재명 정부 내각 검증이 정치 공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부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압박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당은 “야당의 프레임 씌우기와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15일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16~18일에는 교육·고용·외교·복지 등 주요 부처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