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의 위법성 등 3가지 사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상호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인사차 방문한 우 수석을 만나,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토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재판중지법’의 위헌성 ▲헌법재판관 인사 문제 ▲현금 살포성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재판중지법’에 대해 “헌법 제 84조의 불소추 특권을 정치적 방탄용으로 왜곡한 입법이다. 대통령 됐다고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재판을 멈춘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지도 않는다. 면죄부가 아니라 권력이 법 위에 서겠다는 선언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의 형사재판 5건은 모두 멈추게 된다. 그 순간 사법은 정치에 굴복하고 정의의 거울은 더 이상 균형을 잡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관 인사에 대해선 “헌법재판관은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이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 본인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를 임명한다면 그 자체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그런 인사가 헌재에 들어가 재판중지법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면 그 결정이 어떻게 나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승엽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엽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가 2차 추경을 공식화하면서 민생회복 지원금, 부채 탕감 등 재정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며 “현금 살포와 조건 없는 탕감은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기다리면 탕감된다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정권은 바뀔 순 있어도 헌법 정신 바뀌어서는 안 된다. 사법은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심판대여야 하고, 재정은 국가의 내일을 준비하는 기반이어야 한다”며 “헌정질서를 흔드는 입법,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인사, 국가 경제를 왜곡하는 포퓰리즘 앞에선 침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메시지를 대통령께 분명히 전달해 달라”며 “법 위에 선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우 수석은 “방금 말한 세 가지 사안에 대해 여과없이 전달하고, 대통령의 견해를 들어 보겠다”고 했다.
또 ‘특별히 야당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정무수석으로 선발한 취지를 설명을 드리면 좋겠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견해가 다르더라고 충분히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해 달라’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도 전했다.
또 “동반자로서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만들지, 비판과 협력을 다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하고 소통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은 처리의 신속성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협의해 나가되, 신속히 처리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접견 초반에는 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우 수석에 대해 “4선 의원으로서 큰 족적을 남겼고 유연하면서도 품위있는 정치를 실천해 왔다”며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야당을 잇는 정치 핫라인인데 그 자리에 수석 같은 분이 임명된 것 만으로도 새 정부의 소통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면 언제든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 국가의 미래 민생 회복을 위한 일이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열린 자세로 대화 타협하겠다”라고 했다.
우 수석은 김 위원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치를 이끌어갈 젊은 지도자감이다. 지금 어려운 조건에서 당 수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높이 평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만 접견 후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 시도를 거듭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방탄3법에 대해 민주당이 정말 공감한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탄 3법’은 재판중지법을 비롯해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현행 14명인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