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틀째 서울 유세에 나선 가운데 약세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찾았다. 강남 3구는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이 후보는 세금을 부동산 수요 억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주택공급을 늘려 가격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광장에서 '코스피 5000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이 후보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금까지 민주정권이 집권했을 때 집값이 올랐다”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는 민주당의 약세지역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확대한 것이 지난 제20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종부세 납부유예 신청대상을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부동산 표심’ 잡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강남·서초의 먹고살 만한 여러분”이라며 “가격이 오른다고 비싸게 사고팔겠단 걸 굳이 압박해서 낮출 필요가 있느냐. 세금은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걷는 것인데, 다른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당 100억원이라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굳이 사지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가격에 맞게 세금을 받으면 되지 않겠나”라며 “안정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을 존중하고 무리해서 누르면 누를수록 오르는 이상한 현상 유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시장 활성화도 강조하며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했다. 연설 전에는 ‘코스피 5000 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연설 내내 이념과 색깔, 진영을 넘어 경제·외교·안보 측면에서 국민의힘보다 낫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 후보는 “파란색이든, 빨간색이든 뭐가 중요하나. 민생 챙기고,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라며 “그것을 잘하는 정치 집단에 다시 기회를 주고, 그 역할을 못 한 무책임한 정치집단에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바로 금융시장, 그중에서도 주식시장이다. 그런데 주가 조작을 해도 힘세면 처벌 안 받는다”며 “이런 걸 못하게 하는 게 상법개정인데 하려고 하는 민주당이 시장주의자인가, 이걸 못하게 하는 국민의힘이 시장주의자인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