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도입 법안에 대해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 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치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대법관 수만 증원할 경우 (그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일에는 김용민 의원이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천 처장은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증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화’해 재판 확정은 더더욱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 버린다, 법령 해석 통일 기능도 마비된다”며 “동시에 전원 합의체의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천 처장은 미국과 유럽 등의 사례를 들며, 대법관 수가 증원이 필요치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의 대법관 수는 우리보다 더 적다”며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도 대법관 수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고, 구성을 보면 부장 법관과 기타 법관으로 이원화돼 있다”고 했다.
법원 재판에 헌법소원(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반한다”고 했다.
천 처장은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이 4심에 가서야 장구한 세월과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확정된다면 재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개정안에 대해 법사위 소위와 공청회를 통해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