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경북과 경남을 돌며 ‘보수 텃밭’ 표심 확보에 나섰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에 찾기 힘든 군 단위 지역을 방문해 밑바닥 민심을 다졌다는 당내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에선 이 후보가 최초의 ‘TK(대구·경북) 출신 민주당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YS·洪’ 언급해 통합 강조… “TK 득표율 성장할 것”
이 후보는 10일 경남 창녕·함안·의령·진주·사천·남해·하동을 찾아 ‘골목골목 경청투어’ 진행했다. 전날에는 경북 경주·영천·칠곡·김천·성주·고령을 방문해 지역주민과 소상공인을 만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오는 12일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영남권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고향에 오니 마음이 푸근해진다”며 경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지자들과 시민을 만나서는 “왕이 아닌 충직한 일꾼을 뽑아달라”며 진영논리 대신 유능함을 봐줄 것을 강조했다. 이날 경남 창녕군을 방문해서는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인물들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훌륭한 정치인들”이라고 평가하며 국민통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을 제외한 경북·경남 주민들도 이 후보의 방문에 대체로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였다. 이날 경남 함안군 가야시장에선 이 후보가 온다는 소식에 시장상인들이 장사를 멈추고 나와 구경했고, 지나던 중년 남성은 “이재명이가 온다고? 사진 찍어야겠네”라며 다소 거리를 두고 카메라를 켰다. 다만 전날 경북 김천시에선 이 후보의 브리핑 중 시민이 “뭐하러 왔냐”며 고함을 치는 등 여전히 날 선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영남권 경청투어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TK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주민의 긍정적인 반응이 2022년 제20대 대선 때보다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내에서 PK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넘어 ‘TK 출신 민주당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TK가 가장 많이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민주당은 최초의 TK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고, TK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K에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고, 상징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허둥댈 때… 전국 시·군 51곳 순회
이 후보 경청투어의 특징은 통상 대선후보가 찾지 않는 소도시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대도시 중심으로 이어지는 만큼, 군 단위 지역을 먼저 가자는 이 후보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특히 영남권 방문지 중 경북 고령군(2만9900명)과 경남 의령군(2만4900명)은 인구가 3만명이 안 되는 ‘소멸 고위험 지역’에 해당한다. 한 고령군민이 이 후보에게 신기하다는 어투로 “(인구도 별로 없는데) 여길 정말 왜 왔느냐”고 물어볼 지경이었다.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단일화 내홍도 이 후보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데 한몫했다. 국민의힘과 달리 일찌감치 후보를 정한 민주당엔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이 후보는 이달 1~11일 전국 시·군 51곳을 순회하며 공식 선거운동 전에 미리 유권자들을 만났다. 수많은 지역을 방문하는 탓에 이 후보가 연설하면서 목을 아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경청투어로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경청이라는 콘셉트로 국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의미도 있고, (선거운동 기간 중) 못 가는 소도시를 미리 간 것도 있다”며 “국민의힘은 아직 내부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있을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는 11일 전남 화순·강진·해남·영암을 방문하는 ‘남도문화벨트편’을 마지막으로 경청투어를 마친다. 오는 12일에는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