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퇴직연금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금화 작업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행 퇴직연금은 개별 기업이 사업자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수익률이 2%대에 그친다. 국민연금 수익률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민주당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 다수 가입자의 퇴직연금을 모아 전문가가 통합 운용토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구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슬기로운 퇴근생활 직장인 간담회'에 참석해 직장인들의 고충을 듣고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30일 서울 구로구 소재 스튜디오에서 ‘슬기로운 퇴근생활’이란 주제로 열린 직장인 간담회에서 “지금 퇴직 연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면서 ”수익률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올려주는 방식으로 개선을 하면 조금 더 (월급쟁이 생활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산 시장에서 직장인들이 피해 받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연 환산 수익률은 2.35%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6.8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가입자인 근로자나 소속 기업이 개별적으로 투자 상품을 선택하다 보니, 전체 적립금의 87.2%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수익률을 높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시금을 수령하는 비중이 전체의 90%에 달해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이란 역할과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에선 현행 국민연금 제도처럼 가입자의 적립금을 한데 모아 기금화하고, 전문 자산 운용기구에 맡겨 관리토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미 당내 정책 기구 논의를 거쳐 법안도 마련돼있다. 이 후보가 당대표 시절 직속기구로 만든 월급방위대 한정애 위원장, 차기 정부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안도걸 수석부위원장 등이 대표발의했다.

안 의원이 지난 23일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퇴직연금을 현행 계약형에서 기금형으로 전환하고 ▲전문자산운용기구가 분산 투자하는 내용이다. 안 의원은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2030년 기준 적립금이 1276조원으로 늘고, 가입자당 퇴직소득도 현행 6372만원에서 1억2703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운용수익률도 5%대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게 안 의원 추산이다. 해당 법안은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금융분과에서 전문가 논의를 거쳐 발의됐다. 전략위 검토 과정에선 안정성과 수익성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적립금을 통합운영하는 전문자산운용기구를 여러 개 두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한 의원은 이미 지난해 8월 기금화 관련 법 개정안을 냈다. 국민연금이 ‘상근 근로자 100인 초과 사업장’의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관리·운용토록 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부본부장을 맡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한 의원이 주최한 퇴직연금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집권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현행 퇴직연금의 문제를 해결할 개선안을 반영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