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4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정부 재정이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협력을 요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위기 대응에는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이를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너무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은 지난 1979년 당시 권한대행이던 최규하 전 대통령 이후 46년 만이다.
그는 “이번 추경안은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효과성이 높은 필수 사업을 위주로 선별해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추경안은 12조2000억원 규모로, 지난 21일 오후 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분야별로 보면 ▲재해·재난 대응에 3조2000억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에 4조4000억원 ▲민생 지원에 4조3000억원 등이 책정됐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간절하고, 글로벌 경쟁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 산업과 기업이 좌초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더 힘겨워지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삶의 무게를 덜어드릴 실질적인 지원이 바로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대형·초고속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으로 3배 대폭 보강하겠다”며 “이번 산불 관련 추가 복구 소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여름철 태풍 및 집중호우 등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1조4000억원의 예비비를 보강하고자 한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정부의 예비비 증액안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가 있었던 만큼, 추경 사유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심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50% 삭감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한 수출 기업의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 금융기관에 1조500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해 대출, 보증, 보험 등 특별자금 25조원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AI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AI 분야 추경은 1조8000억원 규모”라며 “기존 본예산까지 합치면 올해 정부 AI 예산은 총 3조6000억원으로, 정부가 2027년까지 공공분야에서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목표를 앞당겨 초과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수한 민간 AI 기업들로 구성된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해 챗GPT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LLM(대규모언어모델)을 개발하겠다”며 “AI 분야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석·박사급 인재도 당초 계획 대비 2배 확대된 3300여명 양성하고, AI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AI 혁신펀드도 9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민생 안정 지원책으로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공과금·보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 50만원 한도의 ‘부담경감 크레딧’을 만들어 새롭게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에 보탬이 되고자 융자·보증 등 정책자금 2조5000억원을 확충하고, 중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10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고 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세계잉여금과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원과 8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경안이 경제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조속히 심의·의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