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일부 조항을 삭제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결국 재의결 정족수 200석을 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삭제했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를 모두 포함해 개정안을 재발의 할 방침이다.

우원식 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12·29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대안) 상정 전 이수진 의원 제안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뉴스1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재표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국회법에 따라,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거부권)한 법안은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칠 수 있다.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부결 시 즉시 폐기된다. 이날 투표 결과, 200석을 넘지 못했다.

폐기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고 있다. 또 상장회사가 총회와 함께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당론으로 추진한 법안이다.

다만 재계의 우려를 고려해 기존 당론에 담겼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제외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공존하는 만큼, 협상 공간을 만들자는 전략이었다.

이로써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한 달여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당시 민주당 등 진보진영 의원 184명 찬성으로 가결됐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이후 명태균 특검법 등과 함께 재표결 안건으로 일괄 상정해달라는 민주당 요청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수용한 결과다.

민주당은 대선 국면에서 개미(개인투자자) 표심을 얻을 호재로 상법 개정을 주목하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법 개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상법 개정이 경영권을 위축시킬 것으로 본다. 대신 상장사의 합병·분할만 ‘핀셋 규제’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