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재벌·대기업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소액주주와 국민 권리를 짓밟은 것”이라며 법 개정을 재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야당은 800만 개미(개인투자자) 표심을 모을 핵심 정책으로 상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판례상 배임죄 無처벌, 선진국서 보편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 철회를 요구했다. 또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고,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고려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정부가 재벌의 민원 창구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했다.
야당 정무위원들은 정부가 상법 개정 거부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를 일일이 반박했다. 우선 ▲‘경영 위축 초래’에 대해선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된다고 정당한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무시하고 전횡을 휘두를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 “주주 충실의무는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원칙”이라며 과거 ‘증권관계 집단소송법’ 도입 당시에도 같은 우려가 있었으나 소송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배임죄 강화로 인한 경영권 위축’ 관련해선 “경영상 판단의 원칙은 이미 대법원에서 인정되며, 정상적 경영 판단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관련 판례가 있어 배임죄로 처벌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해선 “전체 법인 100만여 개에 적용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은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면피책”이라고 봤다. 또 “해외 투자 기관들도 경영 투명성과 주주 권리 보호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 대응”이라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이날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 개정은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해서 우리의 기업 지배 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상법 개정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
◇尹 “소액주주 이익 반영” 崔 “충실의무 확대 논의해야”
상법 개정은 과거 대선 때부터 정치권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이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증권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 추진을 약속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주주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에 상법 개정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의견서에는 “(거부권 행사로) 정부의 주주 가치 보호 의지 자체를 의심 받게 돼 주식시장, 외환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지난 26일에는 “주주가치 제고 관련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서 “직을 걸고서라도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상장사의 합병·분할만 대상으로 ‘핀셋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상법에 ‘주주 충실 의무’를 넣으면 소액주주가 소송을 남발하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심해질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