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율사 출신 의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파기자판을 해달라”고 28일 요청했다. ‘파기 자판(破棄自判)’은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직접 재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건을 다시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보다 법적 절차에 드는 시간이 줄어든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을 더 이상 이렇게 방치해선 안 된다. 최종심인 대법원만이 이번 항소심의 법리적 오류를 시정할 수 있다”며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파기자판을 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판결은 법리적 오류가 명확하고, 결과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대법원이 직접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대법원의 파기자판 기준으로▲사실심 심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가 충분하여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법리적 오류가 명확한 경우 ▲소송의 신속성 또는 효율성이 필요한 경우 ▲사회적 논란이 큰 경우 등 4가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사안은 쟁점이 매우 간단하고, 기소부터 1·2심 재판을 거치며 30개월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사실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 없으며,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에 대한 법리적 오류만 시정하면 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경우 ‘6·3·3(재판기간 강제 규정)’ 원칙을 법률에 명기하고 있을 정도로 신속 처리를 해야 하는 사건이고,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매우 큰 만큼 대법원은 파기자판을 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미 많은 대법원 판례에서, 허위 사실은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특히 선거법 위반 사건은 유권자 입장에서 법리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판단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사진을 확대하면 조작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2015년 뉴질랜드 출장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이 대표가 ‘사진 조작’이라고 한 것을 ‘사진을 확대했다’는 의미로 2심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이 허위사실에 관한 법리오해로 당연히 파기되어야 하는데, 관행대로 파기환송으로 원심인 고등법원에 되돌려보낸다면 재판기간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며 파기자판을 해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재판은 이미 너무 지연됐다. 그로 인한 야당의 입법독재, 줄탄핵 등 국정마비, 대통령 조기퇴진 시도 등 정치파괴를 고려하면 하루가 급하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파기자판을 통한 신속한 판결은) 이 대표가 선거법을 비롯한 본인의 형사 사건 사법리스크 때문에 조기 대선을 끌어오려는 그동안 수많은 국정 마비, 정치파괴에서 회복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파기자판 비율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전체(민사, 형사) 파기 사건 2698건 가운데 5.5%(150건)만 자판했다. 대법원에서 파기자판으로 유죄가 무죄로 바뀐 경우는 현재까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이 대표 사건에만 파기자판을 요청하는 것은 잘못된 예외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앞으로 대법원이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그는 “피고인들의 고통 회복을 위해서도 (신속한 재판을 위한) 파기자판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공직선거법상 (재판기간) 강행 규정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396조1항을)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도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2심은 엉터리 판결”이라며 “법리를 바로잡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증거가 충분할 때는 대법원이 파기자판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396조1항은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 판결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