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24일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이 기각된 데 대해 “거대 야당의 무리한 입법 폭거에 대한 엄중한 경고”, “이재명 세력의 입법권력을 동원한 내란음모에 헌법의 철퇴가 가해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맹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선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헌재의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2월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탄핵안이 처음부터 헌정파괴 목적의 정략적 탄핵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거대 야당의 무리한 입법 폭거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정을 마비시키고 정부 길들이기를 위해 탄핵소추를 악용하는 민주당의 시도는 국민적 상식과 법치주의 원칙 앞에 번번이 실패했다”며 “사법부가 다시 브레이크를 건 만큼 이제라도 야당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 무모한 도전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오직 정쟁을 위한 최상목 권한대행의 탄핵소추를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복귀한 한 총리를 향해선 “한 권한대행이 챙겨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우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국민을 돌봐주길 바란다. 얼어붙은 민생경제를 살피고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한 대행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신속히 복원하고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또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절차적 하자와 내용상 문제점이 없는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 기각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권 위원장은 “별개 사건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있지 않다”면서도 “(헌법재판관) 각자가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각자 주장을 판결문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재판이 이뤄진다면, 조금 더 평의를 제대로 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과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총리 탄핵소추 사건 기각은 야당의 줄탄핵을 경고한 것이라고 저격했다. 그는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연쇄탄핵한 것은 정략적 계산에 따라 대한민국의 행정부와 헌정질서를 마비시킨 거대야당에 의한 내란기도의 정점이었다”며 “(한 총리 탄핵 기각은) 이재명 세력의 입법권력을 동원한 내란음모에 헌법의 철퇴가 가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는, 뻔히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본인의 정략적 목적을 위한 졸속탄핵으로 87일이나 국정을 마비시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중립성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정계선 재판관은 7명과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정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부터 (국민의힘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여러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판결 결과를 봤을 때 그 문제제기에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에는 정쟁 중단을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더이상 실효성 없는 최상목 부총리 탄핵과 광화문 장외투쟁을 포기하고, 국회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국가 재난대응과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한덕수 대행이 참석하는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8명 중 5인이 기각 의견을, 1인이 인용 의견을, 2인이 각하 의견을 냈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돼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을 제외한 헌법재판관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판단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는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거대야당의 무제한 탄핵면허를 부여한 것”이라며 “헌재가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고, 앞으로 대통령이 직무정지될 경우에 다수당이 ‘권한대행’, ‘대행의 대행’, ‘대행의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을 남발할 수 있는 최악의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