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전략기술’ 보호 명분으로 전기차 등 저탄소 실현 분야 국내 생산기업의 법인세를 낮춰주는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의 ‘통합투자세액공제’와 별도로 추가 세제 지원을 신설하는 것이다. 기업이 선택 적용해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국내생산 및 판매량에 따라 최장 10년 간 법인세를 감면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돌려주는 게 골자다.
2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일본·미국이 도입한 전략산업생산촉진세제를 참고한 세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일 충남 아산시 소재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 세제’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현행법상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바이오 의약품 분야는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돼 R&D(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시 세액공제를 받는다. 공제율은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다. 이중 반도체 분야는 각 5%p(포인트)씩 오른다. 지난 18일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가 관련 법 개정안을 의결한 결과다. 설비를 자주 바꿀수록 조세 지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시설 투자가 잦은 산업군에 유리하다.
실제 ‘통합투자세액공제’는 설비 투자 및 생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즉, 지속적으로 신규 설비를 건설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 유리하다. 반면, 자동차 등 그 외 업종에 대해선 생산 효율성 제고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번 설치한 생산시설은 거의 교체하지 않아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세법 개정안은 이를 고려해 전기차·저탄소 그린철강 등 전략기술,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제품에 대해 ▲국내 생산 및 판매시 일정액을 세액 공제하고 ▲세액 공제액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수치나 한도 등은 추가 논의키로 했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일본의 ‘전략분야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참고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자국 내 생산 및 판매량에 비례해 전기차(배터리)는 대당 40만엔, 반도체는 웨이퍼당 최대 1.6만엔 수준으로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과 직결되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민주당에선 기재위 차원의 법안 발의는 물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토론에선 무역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생산·국내 판매 제품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미 행정부가 문제를 삼을 거란 업계의 우려를 고려해서다.
이번 논의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도 보수 확장 전략’을 극대화 한 조치다. 이 대표는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과세를 유예하며 ‘우클릭’에 속도를 냈다. 최근에는 상속세·근로소득세·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중산층 감세 이슈를 선점한 데 이어, 이번 조치로 기업 감세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투자세액공제와 생산세액공제 중 개별 기업에 맞게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밸류체인 육성 차원에서 국내 기업의 생산과 고용 증대를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