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실패한 쿠데타’라고 칭하며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그 부인이 무속인들에게 조언 구하기를 좋아하는 점을 감안하면 계엄 선포 과정에 무속인이 개입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 소속 김계리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르몽드는 무속인과 함께 점집을 운영해 ‘안산 보살’로 불리던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량관을 언급하면서 “후임 정보사령관에게 연락을 받고 윤 대통령의 계엄에 가담했으며, 자신의 무속적 인맥을 활용해 작전의 성공을 보장했다”고 했다.

매체는 그가 다른 무속인 ‘비단 아씨’에게 조언을 구해 잠재적 배신자를 색출한 일도 소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직원 체포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는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재임 당시 성추행 의혹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르몽드는 ‘건진 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김건희 여사와 그의 문화 행사 업체인 코바나 콘텐츠에 조언해 온 인물”이라며 “심지어 그가 윤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설득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무속인인 이천공(천공)씨에 대해서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그가 “윤 대통령은 내 공부 하는 사람”이라며 “(윤 대통령을) 열흘에 한 번 정도 만난다”고 자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공이 대통령의 멘토나 라스푸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 제국 황제 니콜라이 2세의 황후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수도승이다. 르몽드는 윤 대통령이 천공의 조언에 따라 대선 기간 손바닥에 임금 왕(王)을 적었으며 대통령 집무실을 옮겼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르몽드는 “한국의 지도자가 무속에 의지하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 권력을 부여한 1872년 10월 17일의 계엄령을 선포하기 전 무속인의 점괘를 참고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무속인의 조언에 따라 부친의 묘를 이장했다고 전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속적 상징물을 착용하라고 떠민 측근 최순실(최서원의 개명 전 이름)씨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샤머니즘인 무속은 불교와 유교, 도교 이전부터 존재한 고대 신앙”이라며 “장기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다시 무속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르몽드는 지난해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관객 수 1200만명을 기록할 수 있던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