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골자로 한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되, 기초수급자 취약계층에는 3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가 ‘추경 편성’을 전제로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 보름 만이다. 재정은 정부가 지출하지 않은 예산을 활용하되, 부족분은 국채를 발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자체 추경안은 총 34조7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이른바 ‘소비진작 4대 패키지’ 분야에 과반인 18조원을 집중했다. 4대 패키지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13조1000억원 ▲상생소비 캐시백 2조4000억원 ▲지역화폐 10% 할인 지원 2조원 ▲숙박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체육 외식 농수산물 분야 소비바우처 5000억원이다.
액수가 가장 큰 건 ‘이재명표’ 핵심 공약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민주당이 추산한 25만원 지역화폐 지급 대상은 5122만명, 10만원 추가 지급 대상은 361만명이다. 각각 12조8000억원, 4000억원을 배치했다. 지역화폐 예산과 ‘10% 할인 지원’을 합하면 15조1000억원 규모이다. 전체의 43%에 해당한다.
상생소비 캐시백은 백화점·온라인쇼핑몰·유흥업소를 제외하고 개인 카드지출액 합계가 월별로 전년 동기 대비 3%이상 증가한 소비액에 대해 10% 캐시백을 주는 것이다. 한도는 3개월 간 월별 20만원, 1인당 60만원이다.
경제성장 부문에는 11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AI 반도체지원 및 R&D 확대 ▲지방정부 세수결손 등 재정 보강 2조6000억원 ▲고교무상교육(9000억원) 및 5세 무상보육(3000억원) 1조2000억원 ▲전기차 지원확대 등 기후위기 대응 1조 ▲전력망 확충 및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 RE100 대응 8000억원이 담겼다.
◇세수 펑크 31조… “지출구조 조정해 재원 마련”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문제 삼고 있다.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산안 복원’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30조 원을 넘긴 상황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대규모 추경에도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정부와 상의하되, 정부 지출구조를 조정해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머리를 맞대겠다. 재작년, 작년 세수 결손이 계속 발생했다“면서도 ”정부가 지출하지 않은 예산 규모도 30조원 이상”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회계상 각종 기금의 여유분을 최대한 발굴하고,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하면 된다”면서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국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경기 방어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역화폐 추경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민주당은 ‘전국민 지급’을 ‘선별 지급’으로 바꾸는 안을 우선 제시했다. 예산결산조정위원장인 허영 의원은 “정부·여당이 선별 지원을 요청하오면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고 했다. 25만원을 20만원 등으로 축소하는 안도 언급했다. 대신 해당 금액을 SOC, AI 등 분야에 넣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항목을 고집하지 않고, 민생 경기에 도움이 되는 안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지역화폐 자체를 삭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정부·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 편성 및 집행을 못 하겠단 태도라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했었다. 추경을 전제로 핵심 공약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에 여당에서도 민생 추경에 속도를 내자는 메시지가 나왔었다.
그러나 진 의장은 간담회에서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더 좋은 사업을 제안하면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이지, 아무 조치도 없이 민생을 회복시키는 핵심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선별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채택하는 대신 (전국민 지원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