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 “2030 여성들의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됐다”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는 발언을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 대표는 “아무데나 혐오발언 딱지 붙여서 성역을 만드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종성 의원 주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청소년 혐오차별 대응 워크숍 프로그램 교안 ‘혐오차별 대응하기’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 인권위는 혐오표현을 ▲특정한 속성을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특정 집단을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거나 이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효과를 가진 표현으로 정의했다. ‘혐오표현 알아보기’ 챕터에서는 ▲난민, 이민자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페미니스트 ▲아동/청소년 등 5개 주제로 나눠 ‘혐오표현’을 제시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여성/페미니스트’ 항목에서 나온다. 인권위는 “여성혐오나 차별은 망상에 가까운 소설·영화를 통해 갖게 된 근거없는 피해의식”(이○○ 당대표 발언)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속담), “너 페미냐? 너 메갈이냐?” 등과 같은 여성·페미니스트에 관한 혐오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20~30대 여성과 관련한 질문에 “여성의 기회 평등이 침해받는 이슈가 있다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특정이 가능한 이슈여야 한다”며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 막연히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 여성이 받는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의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아닌가”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책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혐오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제공

2020년 성전환 후 숙명여대에 합격했으나 학내 반대 움직임에 입학을 포기한 A씨에 대한 발언도 책자에 올랐다. 인권위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착각하는 남성들은 들으십시오. 당신이 아무리 정신적 여성임을 주장하더라도, 당신은 여성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성기 성형 수술 없이도 여성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꿈꾸겠지만, 그런 세상은 당신 앞에 펼쳐지지 않을 것입니다”(트랜스젠더 A씨 입학 반대 대자보)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대자보를 쓴 단체명인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남성 입학 반대 TF팀 X’라는 점은 소개하지 않았다. 또 이 단체가 대자보에서 해당 발언 뒤 “여성으로서 태어나 페미(페미니스트) 사이드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존재는 지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는 내용도 전하지 않았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책자에 등장했다. 인권위는 ‘이○○ 전 국회의원’의 발언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와 의지가 좀 약하다”를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제시했다.

2019년 12월 2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이자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해찬 대표로부터 당원교과서 및 당헌, 당규집을 받고 있다. /조선DB

이 전 대표는 2020년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최혜영 강동대 교수(현 민주당 의원)에 대해 “만나보니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최 의원은 신라대 무용학과를 다니다 2003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인권위는 이 책자를 제작하면서 “혐오와 차별을 예방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제공과 인식 개선을 위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책자는 초등학교 교사 3명, 중·고등학교 교사 3명이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