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2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이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는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러시아 언론으로부터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일환으로 남북러 가스관 연결을 추진해 왔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2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은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총리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탄소중립과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그는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지만 대체 에너지만으로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기는 어렵다”며 “그 과정에서 천연가스는 에너지 문제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전력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가동과 정지 시간이 매우 짧은 LNG 화력발전이 필요하다.

이어 김 총리는 “또 이 문제는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협력과 평화, 안정이 얼마나 북한 경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며 “러시아와 북한, 대한민국 간에 가스 협력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바가 대단히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은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최근 남북러 가스관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면담하면서 “가능하면 천연가스도 배로 실어오는 게 아니라 가스관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도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유럽은 LNG 수요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은 60% 이상을 러시아에서 공급받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 국가와 러시아가 서로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차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유럽은 LNG 수급에 큰 차질을 빚으며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유럽은 한국과 일본이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LNG 물량 일부를 스왑(교환)해 공급받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한국에도 러시아에서 생산한 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가스관이 북한을 거쳐 들어오면, 비슷한 에너지 안보 위험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