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으로 26일 숙환으로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특별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이 지난 2003년인 점을 감안하면 18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한 것인데, 수술로 인한 통원치료와 지병인 ‘소뇌위축증’과 천식이 악화하면서 자택에서 요양해왔기 때문이다.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이 1987년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등 시국수습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DB

이날 서울대병원 발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숙환으로 인한 심신허약으로 숨졌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은 전날(25일) 저혈압 증세를 보여 이날 오후 12시 45분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1시 46분쯤 지병으로 별세했다”면서 이렇게 발표했다. 그는 “고인(故人)께서는 다단계 위축증으로 투병하던 중 봉와직염으로 수차례 입원하셨고, 심부정맥혈전증 등으로 치료를 계속 해오면서 재택돌봄의료를 받으며 지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이후 긴 투병생활을 보냈다. 지난 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행사에도 건강상태 악화로 불참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지병인 소뇌 위축증으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밖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4월 노 전 대통령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고비를 겪은 뒤 소셜미디어(SNS) 글을 올려 “소뇌위축증이란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서 의식과 사고는 있다”며 “이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적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앓았던 ‘소뇌위축증’은 균형을 담당하는 소뇌에 문제가 생겨 운동 기능 장애가 나타는 질환으로, 심하면 보행 및 운동력 상실과 근육이 마비되며 안구 운동도 저하돼 실명에 이르고 청력을 잃을 수 있는 질병이다. 서울대병원은 노 전 대통령이 병으로 인해 10년 정도 누워서 생활해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