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24일 오후 7시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올해 안에 ‘스드메’ 가격 공개를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가격 공개를 권고하면서도 업체의 자율에 맡겨왔다. 하지만 업계가 가격 공개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자 위반(가격 미공개) 시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하는 작업 중이다. 지난 14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결혼 서비스 가격 투명화’를 신속추진 과제로 선정하면서 고시 개정에 속도가 붙었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예식장이나 결혼 준비 대행업체들이 서비스별 가격과 환불 조건 등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고시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시가 개정되면 예식장과 웨딩플래너 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 가격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를 할 수 있다. 가격 정보를 누락하거나 게시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선 ‘중요한 표시·광고사항에 관한 고시’에 따라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법인 임직원 등 이해관계인이 관련 정보를 고의로 빠뜨리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별도로 부과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의성,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과태료 수준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단순 미공개라도 경중에 따라 차등 부과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가격정보 자체가 성수기·비성수기, 요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결혼 시장의 구조적 특성은 정책 설계 과정에서 반영하기로 했다. 손 없는 날, 토요일 오후, 일요일 점심 등 시간대에 따라 예식 비용이 수백만 원씩 차이 나는 구조에서 일률적 가격 공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현실적인 애로도 반영하되, 최소한 소비자가 예측 가능한 수준의 가격 정보는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킬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적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웨딩플래너 관계자는 “스드메는 업체들이 시즌별로 홍보하거나, 오전 촬영이 오후보다 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개된 가격이 시기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그때마다 홈페이지 정보를 수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공개한들 업체에 가격을 내리라고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공개하라’는 정책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공정위는 작년 12월 주요 예식장·결혼준비대행업체와 협약을 맺고 올해 1월 27일부터 가격을 자율 공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참가격’ 사이트나 각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스드메 기본가격과 주요 선택 항목 가격을 분기별로 갱신·게시하도록 유도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낮았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결혼준비대행업체의 가격정보 외부 공개율은 13.2%에 그쳤다.

한국소비자원의 ‘결혼 서비스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결혼 서비스 계약 금액은 2000만원을 넘었고, 강남권은 3400만원대에 달했다. 이 같은 ‘웨딩플레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견적 파악이 어려워,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비용이 왜 이리 드는지도 모르고 내게 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서 결혼 서비스 시장은 40개 업종 중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격공개 강제조치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결혼준비대행업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위약금 기준·추가 옵션 정보 등 계약 구조를 명확히 했으며, 서비스별 가격 항목을 계약서 전면에 표시하도록 했다. 드레스 도우미·헤어피스 등 추가비용도 체크리스트 형태로 사전 고지하도록 해 ‘깜깜이 추가금’ 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합리적 결혼 서비스 이용 캠페인’도 진행한다. 최근 발주된 관련 용역에는 국민공모전, 온라인 콘텐츠(유튜브 영상·카드뉴스 등), 피해 예방 가이드 제작, 정책 제언까지 포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싼 예식장이나 스드메로 너무 과장된 결혼식을 할 필요 없는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