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부가 소득세 과세단위 조정과 물가 상승률에 따라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 기획재정부 내 임시조직인 조세개혁추진단에 ‘소득세개편팀’을 신설해 소득세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월급방위대’를 조직해 근로소득세 개편 정책을 연구한 바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언급한 소득세 물가연동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선 별도의 팀을 꾸려서 세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통상적인 세제 개편이라면 세제실 내 담당과에서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개편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별도의 팀을 만들어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별도의 팀을 조직하는 방안으로 조세개혁추진단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재부는 현재 장기적 관점에서 세제 개편 방향을 검토하는 ‘조세개혁추진단’을 운영 중이다. 추진단 안에는 ‘상속세개편팀’과 ‘보유세개편팀’의 두개의 팀이 운영되고 있다. 상속세와 보유세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목됐던 세제들이다. 조직 출범 후 보유세개편팀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상속세개편팀은 유산세 구조의 상속세제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두 팀이 추진한 세제 개편 방향의 윤곽이 잡히면서 임시 조직으로서의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도 기재부 내부에선 나온다. 조세개혁추진단의 직제는 기재부와 행전안전부가 협의해 1년 단위로 조직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확정한다. 상속세팀과 보유세팀의 존속 여부는 내년 4월 결정된다. 기재부 내부에선 두 팀을 해산하고, 소득세개편팀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소득세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직장인 간담회에서 “월급쟁이는 유리지갑이다. 명목상 임금이 오르니까 과표가 오른다. 거기(과표구간에) 딱 걸리면 세율이 오른다”라면서 “그러다 보니 국가에서 차지하는 세수 중 근로소득세 비중이 자꾸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득이 오르는데, 과표 구간이 과거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에서는 해결책으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공식 제안한 상태다. 이재명정부 첫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당내 소득세 개편 논의 조직인 ‘월급방위대’의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2020년을 기점으로 최근 4년간 61조원의 근로 소득세 세수가 늘어났다”라면서 “이 중에 상당 부분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증세가 있었다. 월급쟁이의 가처분 소득을 지키는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적 방안을 위해서는 물가연동제 추진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물가연동제 외에도 소득세 과세단위를 인별 단위에서 부부나 가족 등의 소비 단위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세제 측면에서) 근로소득자만 희생되면 안 된다”라면서 “(소득세 개편과 관련해) 정부는 본연의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세수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질의 서면 답변에서 “(물가연동제는) 과세기반에 미치는 영향과 형평성,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득세 과세단위를 인별 단위에서 부부나 가족 등의 소비 단위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과세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사안으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 후보자가 소득세 개편 방향에 대해 ‘종합적 판단’, ‘신중한 검토’ 등의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단기간에 발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