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워싱턴D.C에서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금주 국내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국회와 최대한 협의해서 비관세 장벽을 포함한 협상안을 충실하게 만들고 미국과 협상하겠다”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4~10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진행한 한미 제조업 협력 방안 및 통상 협의 결과, 평가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조선, 반도체 등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강조했고, 8월 1일로 상호관세 적용 시점을 유예받아 3주간의 추가 협상 기간을 확보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국내에서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국회와 협의하고 협상안을 만들어서 맨데이트(위임)를 받는 과정이 미국과의 협상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질적인 논의에 진전이 있었고, 협상을 가속화하는 단계”라며 “국내에서 필요한 절차를 거쳐 랜딩존에 도달할 수 있는 안을 만들었다고 판단될 때 다시 미국 가서 주고받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관급 협의와 기술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며,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갈 것”이라며 “남은 20여 일 동안 미국은 한 차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 상황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국이 지적하고 있는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선 “미 무역 장벽(NTE) 보고서만 봐도 우리의 경쟁력 강화, 제도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도 있고, 민감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의 NT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까다로운 수입 절차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사과, 배, 딸기, 당근 등의 수입 승인 절차 ▲농약 잔류물 허용 기준 등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농산물 분야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어떤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해도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협상 후) 산업 경쟁력은 강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산물 부분도 우리가 지금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라며 “분명히 민감한, 지켜야 할 부분을 지키되, 협상의 전체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또는 투자에 대해선 “현재 상업성과 관련된 기초 자료가 없는 상태로, 우리가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기 어렵다”라면서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이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선 “조만간 반도체 관세가 새롭게 부과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향후 부과될 품목별 관세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고, 추후 부과될 수 있는 관세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이 언제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굉장히 부족하지만, 미국-영국의 협상처럼 굵직한 큰 그림 차원에서 협상을 하는 포맷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1일 상호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에 대해 묻는 말에는 “미국의 증시, 글로벌 정치적 상황 등 모든 게 변수로, 최상의 시나리오도,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면서 “최상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경주를 하겠다”고 밝혔다.